[열린 시선/곽지원]청담고 학부모가 告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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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원 서울 성동구
곽지원 서울 성동구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직장 맘이며 동아일보 독자다. 며칠 전 서울시의회의 행정 감사 기사를 보고 기고를 결심했다.

 첫째 아이는 초이유치원을 1년 다니고 졸업했고, 둘째 아이는 정유라와 같은 학년으로 청담고를 졸업했다. 물론 초이유치원 시절에는 원장의 이름조차 몰랐기 때문에 최순실이 그 유치원을 운영했다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둘째는 정유라와 같은 반인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전혀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이를 통해 “정윤회의 딸이 우리 학교에 다닌다”는 말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조카는 청담고 3학년에 재학 중이어서, 수능 한 달 전부터 터진 사건으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필자는 이화여대 졸업생으로, 정유라의 입학 특혜 등으로 모교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매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11월 22일 서울시의회의 2차 행정감사장에 나왔던 전·현직 청담고 교원들의 발언과 태도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출결과 성적 특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려고 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몇 명의 교사가 그런들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정직하고 양심적이어야 한다.

 행정감사장에서 그런 증언을 한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가서, 과연 학생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만약 똑바로 보았다면, 그들은 교원 자격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그런 교사들에게 우리 아이가 배웠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이러니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조롱해도 어른으로서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전현직 청담고 교원들은 이 헬조선의 핵심에 본인들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때로는 빠른 사과의 말 한마디가 100가지 과오를 덮고, 상대의 용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청담고 교원 11명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뒤늦게나마 양심선언을 한다면, 작은 희망의 빛이 보일 것 같다.

곽지원 서울 성동구
#초이유치원#정유라#청담고#최순실#정윤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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