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사람과 자율주행車의 충돌, 누구 먼저 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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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와 SK텔레콤이 최근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기술인 ‘T5’를 시연했다.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와 SK텔레콤이 최근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기술인 ‘T5’를 시연했다. BMW코리아 제공
석동빈 기자
석동빈 기자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장비업체인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3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습니다. ‘산업의 꽃’인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예고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기계 전자 통신 철강에서부터 소프트웨어와 석유화학까지 전 산업영역이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지앤에 따르면 다양한 기기 간의 상호 연결을 뜻하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분야의 글로벌 매출은 현재 450억 달러에서 6년 뒤인 2022년에는 15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만은 자동차 오디오와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커넥티비티 분야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기업이고, 20여 개 자동차회사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어서 삼성은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얻게 되는 셈이죠. ‘이재용 시대’를 맞은 삼성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첫발을 떼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연결성이 강조된 ‘커넥티드카’는 단순히 통신망과 연결되는 차원을 넘어서 미래에는 거대한 통제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인터넷, 지능형 도로통제 시스템, 인공위성, 다른 차량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자율주행을 완성하는 한 축이 되는 것이죠. 여러 대의 차가 10cm 간격으로 붙어서 시속 200km로 주행하고, 신호가 사라진 교차로에 차가 멈추지 않고 속도 조절만으로 스치듯 교차 통과가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도로의 효율도 크게 올라서 교통체증도 사라집니다.

 전문가들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것 같은 궁극적인 지능형교통망(ITS)은 2050년대에는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라도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발달에는 윤리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변신’에도 나왔듯이 기술 발달로 뇌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한 인간의 동일성은 뇌와 신체, 정신에 몇 퍼센트씩 비중을 둬야 하는지 헷갈리면서 인간 존엄 자체도 위협받는 상황이 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산길을 달리던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든 보행자를 피해 절벽으로 떨어질 것인지 탑승자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보행자를 들이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논쟁 중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용감하게도 먼저 대답을 내놨습니다. 급하게 피하는 과정에서 결국 충돌할지도 모르는 보행자보다는 확실히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탑승자를 지키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로 ‘보행자보다는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쩌면 자동차 회사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겠죠.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자율주행차는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아이야드 라흐반 교수와 프랑스 툴루즈고등연구소 장프랑수아 보네퐁 교수는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 논문에서 사람들은 자율주행차가 자기희생 모드(보행자 우선)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희생 모드와 자기보호 모드(탑승자 우선) 중에 구입해야 한다면 대부분 자기보호 모드 차를 선택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에 달린 고해상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24시간 시스템과 연결해 범죄 예방과 해결에 이용하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만 이와 맞바꿔야 할 사생활 침해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돼야 할까요.

 특히 커넥티드카에선 센티미터 단위의 이동 정보와 차 안에서 취득한 탑승자의 정보들이 시스템에 보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집된 방대한 정보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시스템은 한 개인을 스스로보다 더 잘 알게 되고, 범죄에 악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유리병 속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 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도 개인들이 흘리고 다니는 메시지, 신용카드, 페이스북, 인터넷 이용 정보를 종합하면 사생활의 상당 부분이 파악 가능한데 이것이 훨씬 더 정밀해지면 지금까지의 기술 윤리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곧 열릴 커넥티비티 사회에서 ‘빅브러더’의 출현을 막기 위한 철학적 접근과 관련 기술 개발을 기업들이 게을리한다면 표준 기술로 인정받기도 힘들고 시장을 선도할 수도 없을 겁니다.

 앞으로는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시스템에 파악되거나 통계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삼성전자#하만#커넥티드카#히가시노 게이고#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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