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진, 한진해운 자산 매입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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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해운의 자산과 영업권을 ㈜한진이 잇따라 사들이면서 그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염두에 두고 청산하기 아까운 ‘알짜 자산’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6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제출 시점을) 19, 20일경으로 잡고 있다”고 발언함에 따라 한진해운에는 이번 주가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서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든지, 아니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두고볼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및 선박금융 협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해운업계에서는 만약 조 회장이 추가 지원하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한진해운의 자산을 약 851억 원에 사들였던 ㈜한진이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한진의 진짜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진은 잇단 인수에 대해 한진해운에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회사의 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장 현금이 바닥난 한진해운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고 ㈜한진은 자사의 기존 사업과 밀접한 한진해운의 자산을 사들인다는 점에서 양쪽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진은 육상물류와 함께 항만터미널 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들이거나 매입을 검토 중인 한진해운의 자산이 해외터미널 지분과 항로 영업권이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반해 법정관리 대비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의 잇단 자산 인수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가라앉는 배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먼저 건져 두는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만약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법원이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면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현재 필요로 하는 자금이 1조∼1조2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진이 사들인 금액은 한진해운이 위기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어서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롱비치터미널을 사들인다고 해도 ㈜한진이 지원한 금액은 20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올 2분기(4∼6월)에만 2289억 원의 적자를 냈다.

국적선사는 물론이고 세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를 비롯해 일본의 3대 선사(MOL, NYK, K라인)와 홍콩 OOCL도 적자 전환하는 등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세계 15위 선사였던 현대상선은 우여곡절 끝에 고비를 넘겼는데 정작 8위인 한진해운은 침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채권단과 한진그룹이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한진해운#법정관리#해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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