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눈으로 보는 음악, 악보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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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모두 알다시피 시간예술입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백 마디 말로 설명한다 하더라도 한 번 들어보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연주되는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시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음악을 눈으로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흔히 ‘악보’라고 불리는 기보(記譜)에 의해서입니다. 기보법은 시대나 지역, 작곡가나 학자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일반적인 악보는 5개의 선을 그어 그 선과 칸, 그리고 5선의 위아래에 덧줄을 그어 음자리표, 음표, 쉼표, 박자표, 조표와 임시표, 빠르기와 셈여림, 나타냄말 등을 기록해 작곡가가 의도하는 음악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1] 쇼팽(Frederic Chopin·1810∼1849)의 연습곡 ‘흑건’(Etude Op.10 No.5) 자필 악보
[그림 1] 쇼팽(Frederic Chopin·1810∼1849)의 연습곡 ‘흑건’(Etude Op.10 No.5) 자필 악보

○ 오선 악보는 역사의 산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음악은 중세(4∼14세기경) 때 만들어진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입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당시 여러 교회에서 다양하고 산만하게 불리던 성가를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재위 590∼604년)가 정리한 것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며 사용했습니다. 당시 수도사들은 이 성가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네우마(neuma)’라는 특수한 기호를 사용했습니다(8세기경). 네우마는 그리스어로 ‘부호’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정확한 음높이를 나타내기보다는 상대적인 음의 높낮이를 단순한 부호로 표시했습니다. 음이 올라가면 /, 내려가면 \, 올라갔다 내려가면 ∧ 등 세 가지 부호를 써서 선율의 형태를 적었던 것으로 음의 길이는 나타낼 수 없었습니다.

[그림 2] 성가의 가사 위에 표시된 음의 높낮이 기호 ‘네우마’
[그림 2] 성가의 가사 위에 표시된 음의 높낮이 기호 ‘네우마’
그레고리오 성가는 반주 없이 하나의 선율만으로 불렸고, 또한 신(神)에게 찬미를 드리는 내용의 가사 전달을 주목적으로 했기에 상대적인 음높이 기보만으로도 성가대원들이 새로운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9세기경 하나의 선율로만 불리던 성가에 옥타브나 4도, 5도 위로 똑같은 음정 관계로 같은 선율을 부르는 방식의 다성(多聲) 음악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상대적 음높이의 기보만으로는 복잡한 다성 음악을 배우고 익히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다성 음악의 발달은 결과적으로 음의 길이와 리듬, 박자표와 음자리표의 발전, 즉 기보법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남겨진 악보를 통해 기존의 음악을 참고로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는 일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회음악과 함께 세속음악 또한 후대에 많이 전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계이름이라는 훌륭한 음악교육 체계를 만들어 기보법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992?∼1050?) 기억하나요? 다레초는 계명창을 만든 것 이외에도 현재 5선보의 모태가 된 4선보를 정착시킨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상대적인 음높이만 알 수 있었던 ‘네우마’ 기보법에서 절대적인 음높이를 나타내주는 빨간색의 기준 선(F-계이름 ‘Fa’)이 나타나고, 뒤이어 그 위에 노란색(혹은 녹색·C-계이름 ‘Do’)의 줄이 등장해 비교적 정확한 음의 높낮이를 알 수 있게 됐답니다.

일반적으로 계이름 ‘Do’가 더 먼저 생겼을 것 같고, ‘Fa’ 선이 ‘Do’ 선보다 높게 있을 것 같은데 그 반대인 이유는 당시 불린 그레고리오 성가가 남성만 부를 수 있었기 때문에 남성의 음역대에 맞추었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 두 음을 선택한 이유는 F와 C 바로 아래 음들이 반음 관계이므로, 다른 음들을 선택했을 때보다 어려운 반음 관계를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뒤로 2개의 선을 더 추가하여 4선보가 사용되었는데, 대신 처음 생긴 두 줄의 C와 F의 문자를 그 음정의 보표선 앞에 명시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높은음자리표(G clef)와 낮은음자리표(F clef), 그리고 가온음자리표(C clef)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림 3]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 가온음자리표 중 알토표
[그림 3]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 가온음자리표 중 알토표
서양에서 5선보가 막 정착하던 때인 15세기에 이 땅에서도 세종대왕에 의해 정간보(井間譜)라는, 음의 길이와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악보가 완성됐습니다.

서양의 악보가 100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발전한 것이라면 우리 민족은 세종대왕 당대에 우리의 글과 함께 음악을 정확한 길이와 높이로 기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간보는 한 줄을 32개의 井(우물 정)으로 나누고 칸마다 음높이와 음의 길이를 표시해 나타낸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정량(定量), 음의 길이를 알 수 있는 악보입니다.

[그림 4] ‘유초신지곡’ 의 정간보
[그림 4] ‘유초신지곡’ 의 정간보
현대의 서양음악에서는 일반적인 악기 연주 이외에도 연주자의 몸을 두드리거나 물건을 집어던진다거나, 동물들을 데려와 소리내기 등 새로운 방법을 음악에 사용하는 작곡가들도 등장합니다. 전통적인 5선보 악보로는 그런 작품을 표현하기가 불가능하기에 그림과 도형, 그래프 등 다양한 요소를 사용한 악보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악보는 작곡가 자신의 특별한 의도와 사상까지 담겨진 눈으로 볼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5] 조지 크럼 ‘미크로코스모스’ 악보
[그림 5] 조지 크럼 ‘미크로코스모스’ 악보
[그림 6] 존 케이지 ‘트리오’
[그림 6] 존 케이지 ‘트리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악보#쇼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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