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한경섭]‘탄소 없는 제주’, 녹색산업 시발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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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섭 포스텍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
한경섭 포스텍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수년 전부터 추진되어온 ‘탄소 없는 섬, 제주’ 프로젝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한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미래를 제시한다.

2030년이 되면 제주도는 에너지를 자립하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육지와 연결된 전력망을 통해서 전력을 주고받지만 순생산은 제주지역 에너지 수요를 충당한다. 제주도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풍부한 바람과 햇빛을 활용해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생산한다. 약 40만 대의 자동차는 전부 전기차로 바뀌어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고 주행한다.

꿈같은 얘기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주 가파도에 이미 이런 모델이 거의 완성되었고 한국전력공사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남해에 여러 개의 유사한 에너지 자립 섬을 조성 중이다. 무엇보다도 천혜의 여건을 갖춘 제주도가 강력하게 ‘탄소 없는 섬, 제주’를 밀어붙이고 있다. 제주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간 융합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혁신의 확산을 가속화하는 그린 빅뱅을 기대하고 있다. 마침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도 ‘탄소 없는 섬, 제주’의 비전을 현실화하고자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도전이 결코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에너지 기술과 산업 육성, 전혀 다른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통합적 기술과 서비스, 재생에너지와 새로운 시스템의 보급 비용,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도하는 도민들의 참여,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입지 확보 등 커다란 장애와 난관이 앞길에 놓여 있다. 이런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장애와 난관들을 지혜롭고 끈기 있게 극복해 간다면 ‘탄소 없는 섬, 제주’는 물론이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 사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천지개벽 같은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주도할 제주 도민들의 폭넓은 이해와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제주의 성공은 전 세계 2400여 개 도시로 확산되어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경제적 활력을 되찾는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할 것이다. 물론 제주 모델의 전 세계 확산은 우리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경섭 포스텍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제주도#탄소 없는 섬#저탄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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