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삶은 누구에게나 신비롭기에… 계속 가는 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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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아, 젊은 양반? 그러기에 삶이란 신비롭다니까, 잘 알겠지만. 계속해. 계속 그려 봐.” ―대성당(레이먼드 카버·문학동네·2007년) 》

살다 보면 한 번쯤 나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의사소통은 말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통해 이뤄질 때가 많다.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접촉 같은 것 말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대성당’은 단절된 인물 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아내의 오랜 친구인 눈먼 노인이 남자의 집에 찾아오며 시작된다. 아내가 남자와 만나기 훨씬 전, 일을 도와주며 알게 된 사람이다. 아내와 그 오랜 친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 녹음테이프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 왔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남자는 그의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다. 남자는 그와 함께 있는 내내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기차에서 허드슨 강이 보이는 쪽에 앉았는지 묻거나 무신경하게 TV를 켜는 실수도 저지른다.

아내가 거실 소파에서 잠든 사이 남자와 아내의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대성당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본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남자는 대성당의 모습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눈먼 남자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대성당을 종이에 그린다. 처음 만난 그의 손이 자신의 손 위에 겹쳐졌을 때 남자는 그와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한다.

새해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에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시작은 낯설음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오늘, 서로의 세계가 겹쳐진 적이 없는 낯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먼저 손을 뻗어 그의 온기를 느껴 보자. 어쩌면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삶은 누구에게나 신비롭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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