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쏘나타 미국산 vs 국산 공개 충돌실험,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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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속도 시속 110km로… 22일 오후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진행된 국산 쏘나타(왼쪽)와 미국산 쏘나타(오른쪽)의 충돌실험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상대속도 시속 110km로… 22일 오후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진행된 국산 쏘나타(왼쪽)와 미국산 쏘나타(오른쪽)의 충돌실험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김성규 기자
김성규 기자
“쾅!”

카운트다운 후 왼쪽 끝에서는 미국산 빨간 쏘나타가, 오른쪽 끝에서는 국내산 파란색 쏘나타가 출발했다. 두 차의 속도가 각각 시속 56km쯤에 다다르는 순간 두 차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차가 정면에서 충돌했으니 상대적인 속도로 치면 멈춰 있는 벽에 110km가 넘는 속도로 부딪힌 셈이다. 순식간에 보닛 부분이 구겨진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에어백이 터지며 나온 연기가 현장을 덮었고, 곧바로 바닥에는 엔진오일과 냉각수 등 각종 용액이 뒤섞여 마치 피처럼 붉은빛을 띠며 흐르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듯 웅성거렸다.

22일 오후 인천 송도 도심서킷.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첫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고객 초청 영화상영 행사 직전 미국산 쏘나타와 국산 쏘나타의 정면충돌 실험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국내산 차에 쓰인 강판의 품질이 미국산 또는 수출용 차량에 못 미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약 10억 원을 들여 준비한 행사다. 현장에 모인 300여 명의 고객들은 설문조사에서 74% 정도가 “국산 쏘나타와 미국산 쏘나타는 안전성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의혹에 현대차가 정면 대응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전문 블로거 ‘마대빠더(이대환 씨)’가 아산 공장에 가서 임의로 차 한 대를 골라 서명한 뒤 손도장을 찍고 실험장으로 가져왔다. 미국에서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나온 차를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같은 방식으로 골라 가져왔다.

결과는 어땠을까. 두 차 모두 ‘A필러(앞유리와 앞좌석 옆 유리 사이의 차체)’가 그대로 보존돼 앞좌석 공간이 그대로 보존됐고, 탈출에 문제가 없도록 문이 열렸다. 또 에어백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두 차의 찌그러진 모습은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했다. 생산지와 관계없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한 셈이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무모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통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행사는 혹시라도 잘못되면 엄청난 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큰 행사였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소통에 나선 점은 분명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현대차의 계속된 ‘소통 행보’를 기대한다.

인천=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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