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정치해부학]김무성, 오픈프라이머리 지킬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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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공천 때마다 등장하는 물갈이라는 말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용어다. 공천은 지역주민의 선택에 넘겨야 한다.”

2012년 총선을 앞둔 3월 12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당 공천위가 지역구인 부산 남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총선 때는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 좌장’으로 찍혀 낙천됐던 그는 2012년에는 친박(친박근혜)이 주도한 공천에서 ‘탈박(脫朴)’으로 몰려 공천 탈락했다.

“공천 줄 세우기, 萬惡의 근원”

김무성 대표가 13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를 거듭 제안한 것도 이런 쓰린 경험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공직후보를 결정할 때 당원 여부에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미국식 예비선거제도다. 당권을 쥔 소수 권력자들이 공천을 무기로 당원들을 줄 세우고,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정당민주주의가 유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가 회견에서 “정치 인생에서 꼭 하나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 당원과 국민이 실질적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면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읊은 것도 ‘만악(萬惡)의 근원’인 기존의 공천제도와 결별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일 것이다.

문제는 남들이 다 그렇게 보진 않는다는 점이다. 김 대표 자신부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테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누구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의도가 역력하다고 본다. ‘유승민 찍어내기’로 당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박 대통령과 친박들로서는 ‘선의’로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른다. 김 대표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왜곡된 공천제도 혁신을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결기를 보인 것도 오픈프라이머리에 깔린 미묘한 긴장관계와 무관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원론적으론 “오픈프라이머리를 긍정 검토할 수 있다”지만, 지역구의 20%는 전략공천을 통해 신인과 여성 등 시대정신에 맞는 인사를 발탁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지명도 높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인 만큼 개혁적인 인재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거다.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이 4·29 재·보선 참패에도 끝까지 2선 후퇴를 거부한 것도 바로 이 전략공천권 때문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실패시 대통령과 충돌가능성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가 법적으로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요즘 지역별 총선 출마 희망자 사이에 당원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는 것도 실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 중심의 폐쇄형 경선(closed primary)이 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다시 친박-비박 간 줄 세우기 경쟁과 갈등이 분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어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관해 의견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 했다면, 얼마나 공감대를 이뤘는지 당사자들만 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불발에 그칠 경우에 대비한 ‘플랜B’에 관해 믿고 합의하지 못한다면 여권은 또 한번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로 분열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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