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남자라서 리더가 된다? 능력 먼저 따져야 조직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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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기업에서는 능력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창업팀 멤버들이 친구, 친척, 배우자 등의 인간관계로 얽혀 있는 데다 리더를 선발하는 공식화된 기준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창업팀 내에 뛰어난 여성 멤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남성 멤버가 리더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양톈톈 듀크대 사회학과 교수와 하워드 올드리치 노스캐롤라이나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창업팀 리더십의 성 불평등이 능력에 따른 것인지, 혹은 성에 따른 것인지를 탐구했다.

결과에 따르면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멤버들이 창업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리더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가 가능했다.

첫째는 멤버들의 능력이 확연히 차이가 나서 누가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였다. 예를 들어 학력, 직장 경험, 창업 경험, 전 직장에서의 위치 등 개인의 역량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가 일관되게 뛰어나다면 그 멤버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멤버의 우월성을 가리기 힘든 경우에는 남성 편향이 크게 작용했다. 둘째, 공식화 정도가 높은 경우다. 목표 시장과 제품, 예상 수익과 성장 경로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소유 지분 분배에 대한 공식화된 합의가 이뤄진 창업팀에서는 남성 편향이 낮고 능력주의 지향성이 강했다. 셋째, 창업팀이 부부 중심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남편 혹은 남편 측 인사가 창업팀을 지휘할 가능성이 높았다. ‘남성이 브레드위너(breadwinner·생계비를 버는 사람 혹은 가장)’라고 하는 사회적 통념과 규범 때문에 능력과는 무관하게 남편이 리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해당 분야의 동향이나 시장 상황, 관련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그 조직은 성공하기 어렵다. 귀속주의(개인의 자질이나 역량보다 성별, 연령처럼 미리 정해진 속성에 따라 배치하려는 태도)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만 기업이 적절한 리더를 선택할 수 있다. 타깃 시장과 제품, 기업 목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리더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dijung@sookmyung.ac.kr
#리더#능력#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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