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생명과학부, 특성화 우수학과 잇단 선정, 생명과학 인재 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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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신약과 신물질의 실용화 연구를 하고 있는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학생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특정 병원체를 지니지 않은, 즉 무병 동물사육이 가능한 SPF 동물사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신약과 신물질의 실용화 연구를 하고 있는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학생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특정 병원체를 지니지 않은, 즉 무병 동물사육이 가능한 SPF 동물사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는 울산대의 창학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학부다. 2014년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단(CK-1)과 특성화 우수학과에 잇달아 선정되면서 5년간 각각 15억 원과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다른 대학의 유사 학과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2015년 1월에는 학부 부설 메타염증연구센터(센터장 정헌택)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돼 2023년까지 45억 원의 연구비를 후원받는다.

학부가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수도권 대학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학교 측의 정책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생명과학분야 일류화’ 추진을 위해 2009년 전국 최초로 학부장을 공모해 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정헌택 교수를 학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국내 최고 수준인 울산대 의과대학과 손을 잡고 동반 발전을 위한 일체화 사업을 시작했다. 울산대병원 교수 24명을 생명과학부 겸직교수로 임명한 것도 그 일환이다.

‘국내 최초의 공모제 초빙 학부장’인 울산대 생명과학부 정헌택 교수는 한국의 면역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국내 최고 권위 의학상인 ‘분쉬 의학상’을 수상했다. 정 학부장은 “학과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학생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울산대 생명과학부를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국내 최초의 공모제 초빙 학부장’인 울산대 생명과학부 정헌택 교수는 한국의 면역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국내 최고 권위 의학상인 ‘분쉬 의학상’을 수상했다. 정 학부장은 “학과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학생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울산대 생명과학부를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보통신 이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분야가 바이오산업이다. 생명과학과 이에 관련한 신기술을 융합한 바이오산업은 레드(의약품, 진단), 그린(농업, 식품), 화이트(화학, 환경, 에너지)로 나뉜다. 바이오산업의 핵심인 생명과학은 생물체의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유전적인 구조를 변형해 특별한 성능을 발현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기술을 모두 포괄한다.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 결과를 사업화로 직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학기반 산업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연간 성장률 15%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서도 지속가능한 분야다. 미국의 고용 추세 분석은 바이오산업의 특징을 고임금, 고성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그동안 바이오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역량을 쌓아왔다. BK21, SRC, BRL,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등 다수의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정헌택 학부장은 “아직까지 울산의 주력산업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다. 하지만 블루오션인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성화 우수학과 선정을 계기로 생명과학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 실용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3개 전공(의생명, Eco환경, 바이오화학) 트랙별로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내의 이론 교육과 실험실습, 학교 밖과의 산학협동이 체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가장 큰 특징은 학부생 때부터 트랙별로 교수연구실에 배치한다는 것. 학생들은 생명과학세미나와 연구실 인턴십을 통해 단계별로 밀착 심화교육을 받고 있다. 실험 교과목 6개 이상과 세미나 I, II, III, IV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하수희 씨(4학년)는 “학부생이 교수님들의 수준 높은 연구 실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연구소와 산업체 등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연구동향을 직접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 재학생들이 만든 벤처회사인 ‘(주)가을품은사람들’의 대표이사인 임찬수 씨(4학년·왼쪽)와 이슬기 씨(3학년)가 효소가 은행 열매의 전분을 잘 분해하고 효모가 발효를 잘 했는지 검사하고 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 재학생들이 만든 벤처회사인 ‘(주)가을품은사람들’의 대표이사인 임찬수 씨(4학년·왼쪽)와 이슬기 씨(3학년)가 효소가 은행 열매의 전분을 잘 분해하고 효모가 발효를 잘 했는지 검사하고 있다.

생명과학부는 전체 교수가 참여하는 생명과학세미나에서 학생들의 실습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교수 1인당 5명이내의 학생을 맡아 개별 학생에 맞춘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조현휘 씨(2학년)는 “처음엔 막연했지만 세미나나 지도교수님과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목표가 확고해졌다. 면역학분야의 연구원이 돼 의미 있는 연구 업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산업체나 관련 기관에 한 학기 동안 파견하는 바이오 인턴십과 각종 현장 맞춤형 특화프로그램은 취업과 창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산업체 CEO와 졸업생 CEO, 생명과학부와 MOU를 맺은 산업체의 전문가들은 매년 학생들을 위한 특강과 세미나를 열고 있다.

생명과학부는 재학생의 20% 정도가 특성화 사업단과 특성화 우수학과 장학금을 받고 있다. 2014년도에는 별도로 재학생 10%가 교내 성적우수 역량강화장학금을 받았다. 박혁준 씨(4학년)는 “생명과학기술 인증 장학금 등 장학금 종류가 다양하고 재원도 많다. 본인이 노력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이외 지역 출신 학생은 1학년 때 전원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2학년부터는 성적순으로 배정받는다. 즉 매년 2학년 이상은 신입생중 타 지역 학생이 몇 명이냐에 따라 기숙사 사정이 달라진다. 반면 대학원생에게는 100% 기숙사를 제공한다.

생명과학부의 입학 정원은 70명. 2014학년도에는 수시에서 70%(수능 평균등급 4.35), 정시에서 30%(수능 평균등급 3.70)를 선발했고,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으로도 3명을 뽑았다.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은 37.8%. 언뜻 보면 낮은 것 같지만 다수의 졸업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부 성격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 아니다.

전국에 4곳뿐인 쥐 사육장은 학부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신약 또는 신물질의 개발 과정에는 반드시 동물실험이 필요하다. 동물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기대한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인간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실험용 쥐를 제때 공급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박혁준 씨는 “실험에 적합한 쥐는 신약의 특징과 연구 목적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가 없는 쥐가 필요한데 만약 쥐 사육장이 없다면 ‘최적의 쥐’를 구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은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신 동물실험실(12개방)을 갖춘 생명과학부는 쥐 사육장에서 30종의 쥐를 직접 길러 각종 실험에 사용하고 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학부생 시절부터 교수와의 밀착 연구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헌택 학부장과 학생들이 염증반응에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울산대 생명과학부는 학부생 시절부터 교수와의 밀착 연구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헌택 학부장과 학생들이 염증반응에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생명과학부는 교내 산학협동관 안에 벤처기업공간을 제공해주며 재학생 때부터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은행열매 증류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가을품은사람들’이다. 대표이사인 임찬수 씨(4학년) 등 생명과학부 창업동아리 멤버 4명은 2014년 이대실 교수의 기술 자문을 받아 효소와 발효공학을 응용한 은행 열매 증류주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울산시와 울산대는 창업지원금을 냈고 교수들은 주주로 참여 중이다.

임찬수 씨는 “증류주는 혈전용해 기능이 있어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 열매 역시 혈류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개발한 은행 증류주 ‘주오’는 은행과 곡물을 오랜 시간 숙성 발효시킨 맑은 증류주다.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대실 교수는 “은행나무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 나라에만 있는데 은행 열매로 술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현재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프로젝트는 술이다. 의약품은 그 다음이다. 멕시코가 용설란으로 데킬라를 만들었듯이 이번에 개발한 은행 증류주가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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