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미의 한국 블로그]“2015년에는 어떤 꿈을 이루고 싶은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에서 명절 때 먹는 오세치 요리. 각종 채소와 새우 등을 조려서 도시락통에 담아 먹는다. 사진 출처 다카시마야
일본에서 명절 때 먹는 오세치 요리. 각종 채소와 새우 등을 조려서 도시락통에 담아 먹는다. 사진 출처 다카시마야

가와니시 히로미
가와니시 히로미
일본인에게 설날은 1년 중에서도 특별한 날이다.

일본에서는 12월이면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바쁘고 거리 분위기도 시끌시끌하다. 12월은 또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의 달’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거나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쓰는 등 해야 할 일도 많다. 송년회 같은 술자리도 많아 이것저것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25일이 지나면 바로 다음 날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싹 사라진다는 점이다. 집 안 곳곳 대청소를 하고 1월 1일 새해 준비를 한다. 1월까지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남겨두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매년 12월 31일 밤에는 전국 사찰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비교적 엄숙하게 새해를 맞는다. 제야의 종은 인간이 지닌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108회 울린다. 31일 밤까지 107회를 치고, 새해로 넘어가는 때에 더이상 번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마지막 한 번을 친다.

한국에 살기 시작한 뒤로는 12월이 다른 달보다 그리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서 먹는 정도라서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마저 든다. 일본에서 느꼈던 설 분위기를 만끽하려고 ‘오세치’(정월에 먹는 조림요리)를 만들고 NHK의 ‘홍백가합전’(40∼50% 이상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연말 인기 쇼 프로그램)을 본다. 홍백가합전은 정작 일본에 살 때는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은 설날에 식당이 문을 닫으니 딱히 할 일이 없는 외국인으로서는 정처 없이 지내기 쉽다.

어렸을 때를 되돌아보면 12월 31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섣달그믐날 밤에 메밀국수를 먹은 뒤, 몸이 따뜻해지는 고타쓰(난로처럼 온열기능이 있는 좌식탁자)에 모여앉아 홍백가합전을 봤다. 그 후 TV에서 흘러나오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를 맞았다. 그러고 설날 아침은 오세치와 떡국을 먹고 신사에 가서 한 해의 행복을 빌었다.

찬합에 검은 콩과 새우 등 ‘재수가 좋은 음식’을 담아서 먹는 오세치 요리는 12월 31일 밤 12시 전까지 만들어 둬야 한다. 정월 초하루에는 칼을 쓰지 못하게 하는데, 여기에는 ‘1년 내내 바쁘게 일한 여성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쉬게 해주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물론 실제는 1월 1일에도 칼을 쓰는 집이 많다). 최근에는 오세치 요리를 집에서 만들지 않고 백화점에서 주문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유명 음식점의 오세치는 인기가 많아서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다.

정월에 먹는 떡국도 일본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떡 모양도 다르고 국물도 간장이나 된장으로 각기 다르게 맛을 낸다. 건더기로 닭고기를 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생선을 쓰는 곳도 있다.

내 고향에서는 쌀누룩을 많이 넣은 백(白)된장을 기본으로, 팥이 든 떡과 채소를 넣었다. 이 떡국을 먹을 때마다 어린 시절 설날 추억이 떠오른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된장국에 팥이 들어간 떡을 왜 넣느냐’며 이상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팥고물의 달콤함과 매콤한 된장소스의 조합이 아주 절묘하다.

한국에서도 설날이나 추석의 차례음식을 주문해 쓰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아마 일본보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도 시대가 달라지면 그에 맞춰 달라지는지 모른다.

일본에서는 ‘한 해의 계획은 설날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다. 새해 첫날, 그해 어떻게 지낼 것인지 결정된다. 아이들은 올해의 목표를 부모에게 말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1년을 시작한다. 이날부터 새 달력을 걸고 새 수첩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회계연도와 새 학기가 시작되는 4월을 기준으로 수첩과 달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새 수첩과 새 달력은 1월에 시작되는 것이 제맛이다.

2015년은 한일국교 정상화, 한일우호 50주년이 되는 해다. 내 새해 소원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지 벌써 두근거린다.

: : i : :

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 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가와니시 히로미
#꿈#일본#설날#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