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이혼한 엄마(패트리샤 아케이트), 누나(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함께 사는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은 2주에 한번 아빠(에단 호크)를 만난다. 영혼이 자유로운 아빠는 철이 없고, 가정과 일 모두 완벽해야 하는 엄마는 남편 복이 없다. 엄마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동안 소년도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 간다.
영화는 담담하게 시간을 담는다. 극적인 에피소드는 없다. 부자는 떨어져 살지만 함께 쌓은 즐거운 추억이 적지 않다.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휘두르는 계부조차 한 때는 자상했던 가장이었고, 그의 폭력을 피해 도망치듯 옮겨온 학교에도 환영해주는 친구는 있다. 메이슨이 겪는 상처와 기쁨, 사춘기 갈등, 첫사랑과 실연은 그 시기를 거쳐 온 누구나 공감할만하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주목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기념비적인 성장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인생에 대한 성찰이 빛난다. 낡은 페라리를 몰고 다니던 아빠는 재혼 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밴을 모는 보험 판매원이 된다. "아빠는 뮤지션 아니었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는 "인생은 비싼 것"이라고 답한다. 싱글맘으로 고군분투해 교수가 되고 자녀 모두 대학에 보낸 엄마는 기숙사로 떠나는 아들 앞에서 "이제 남은 건 내 장례식 뿐"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난 그냥, (인생에)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감독의 페르소나인 에단 호크는 인터뷰에서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하기에 이만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15세 이상.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