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中기업단에 너무 많이 보여주려다 ‘수박 겉핥기’식 행사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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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산업부
김호경·산업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맞춰 한국을 찾은 중국 기업인 50여 명이 3일 오후 경기도를 방문했다. 중국 상무부가 KOTRA에 경기도 내에 투자할 만한 현장 방문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경기도청이 마련한 일정이었다.

중국 기업단은 오후 1시경 서울 서초구 헌릉로 KOTRA에서 출발해 경기 고양시 킨텍스, 한류월드, 파주시의 통일동산 등 3곳을 방문하고 오후 6시까지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5시간 만에 왕복 120km에 달하는 동선이었다. 결국 중국 기업단의 현장 시찰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됐다. 각각의 행사는 공들여 준비됐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경기도가 킨텍스에서 연 투자설명회에서 중국 기업단은 발표만 듣고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행사장 곳곳에 경기도 내 투자 현장에 대한 중국어 게시물이 있었지만 이를 둘러볼 시간도, 사람도 없었다. 한국 기업인들과 교류할 시간이 없어 서로 명함을 주고받기에 바빴다.

통일동산에서 현장 설명을 맡은 발표자가 짧은 소개와 함께 “자세한 내용은 팸플릿을 참고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곳에서 45분간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일정 지연으로 중국 기업단이 실제 머문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질문 시간은 이번 행사 어디에도 없었다. 투자설명회(1시간), 현장시찰(1시간)보다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3시간)이 더 길었다.

무리한 일정 탓인지 중국 기업단의 표정에는 시간이 갈수록 피곤한 기색이 짙어졌다. 한 기업인은 두통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중국 기업단의 인솔을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중국 측에만 맡긴 점도 문제였다. KOTRA는 중국 상무부와 경기도청을 소개하는 역할만 맡았고 경기도는 현장 준비에만 전념했다. 일정이 바뀌거나 이동 중 문제가 생겨도 이를 대처할 채널이 없었다. 이 때문에 당초 통보받은 대로 중국 부동산업체 관계자들의 방문을 기다렸던 경기도청은 출발 직전 20여 명의 기업인이 일정을 취소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퇴근시간이 겹치는 시간대에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귀한 손님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김호경·산업부 whalefisher@donga.com
#시진핑#중국 기업단#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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