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바둑학과 “아마 5단은 기본”…외국인에겐 ‘메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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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과 정수현 교수(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 자연캠퍼스 제1공학관 앞 계단에서 1학기 바둑학개론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찰칵“.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과 정수현 교수(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 자연캠퍼스 제1공학관 앞 계단에서 1학기 바둑학개론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찰칵“.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 교훈학'이라는 말을 내가 만들었습니다. 바둑의 격언이나 위기십결 등을 연구하면서 삶의 교훈이나 지혜로 연결하는 분야라고 할까요. 바둑학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분야도 최근 새로 개척한 분야지요. 젊은 여러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얼마든지 새 분야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11일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명지대 자연캠퍼스 제1공학관 5층 강의실.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58)는 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바둑학 개론' 1학기 마지막 강의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워 아마추어 5단 정도가 되는 고수들이다. 한국기원 원생 출신도 제법 있다. 바둑 기술보다는 생각의 틀을 깨보자는 주제로 한 강의였다.

명지대 바둑학과, 1997년 고건 당시 총장의 아이디어로 세계 최초로 개설한 학과다. 지금도 단독학과로는 유일하다. 올해로 18년째를 맞은 바둑학과는 바둑이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취미수단이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는 분야임을 입증했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그동안 바둑계의 여러 분야에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바둑학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고, 바둑학 석·박사과정 개설, 외국인 유학생 교육, 해외 바둑사범 파견 등의 활동 덕분이다.

물론 출범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겪었다. 1997년 첫해에는 체육학부 밑의 바둑지도학 전공으로 겨우 신입생 20명을 받았다. 이듬해 예체능대학 바둑학과로 독립했다. 1999년부터는 신입생을 30명으로 증원했다. 현재 학부 정원은 120명 정도다. 2001년에는 대학원에 석사과정을, 2009년에는 박사과정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박사 2명을 배출했고 박사 2명이 곧 나올 예정이다. 교수진도 바둑학 교수 1호인 정수현 9단 한 명에서 시작해 프로기사 출신의 남치형 교수, 김진환 교수 등이 합류해 4명으로 늘었다.

특히 명지대 바둑학과는 한국 바둑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에게는 메카와 같은 곳이다. 지금까지 30여 명이 이곳에서 수학했다. 그중 러시아의 스베틀라나는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다 고국으로 돌아가 바둑 보급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헝가리 출신의 코세기 디아나는 한국기원의 정식 프로 초단이 됐다. 경기 군포시 산본에서 국제바둑도장 'BIBA'에서 바둑 사범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도 명지대 바둑학과 대학원 및 학부 과정에 중국인 영국인 등 6, 7명이 수학 중이다.

바둑학과의 교육목표는 매우 실전적이다. 아마추어 5단 이상의 기력을 갖추도록 해 바둑 분야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바둑문화를 외국에 보급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도 배양하고 있다. 커리큘럼도 이런 목표에 맞춰져 있다. 수읽기 실전명국 등 바둑기술뿐 아니라 바둑심리와 문화, 성인바둑지도론, 아동바둑지도론, 바둑경영론 등을 가르치는 이유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바둑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바둑지도사, 바둑사업관리자, 바둑방송 PD 및 기획자, 바둑작가, 기자, 프로선수 등 다양하다. 바둑TV의 김성현·이중세·김성인 PD, 한국기원의 하민숙 과장, 월간바둑 김정민 기자, 사이버 오로 김지은 씨, 타이젬의 강나연 기자 등이 바둑학과 출신. 또 포스코 세계물산 물가정보 등 기업에서도 바둑분야 활동을 하는 졸업생이 있다. 유럽에서 바둑보급 활동으로 유명한 황인성 씨도 이곳 출신.

한국기원 원생 출신의 바둑학과 3학년 박문교 씨(24)는 "사이버오로나 타이젬 등에서 바둑대회 기획이나 운영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예 씨(23)도 "지금도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데 바둑 TV 등 방송에서 진행 등으로 활동하고 싶다"며 "선배들을 보면 뛰는 만큼 취업이 잘 되는 학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수현 교수는 "그동안 유일의 단독 학과로 바둑계에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왔다"며 "중국 바둑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졸업생들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바둑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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