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통계-숫자보다 강한 ‘감성 마케팅’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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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성능이 향상된 신형 머스탱을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신형 머스탱이 구형 모델보다 힘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포드 경영진은 당황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치 자료를 봤을 때 신형 머스탱의 힘은 이전 모델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포드 경영진은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팀은 고객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삶을 관찰하는 ‘민족지학적 연구방법(ethnographic research)’을 도입했다. 이들은 신형 모델을 운전하는 머스탱 소유주와 동승해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녔다.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히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운전자들이 자동차 마력을 ‘본능적’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운전자들은 운전 중에 느껴지는 자동차의 진동을 통해 자동차의 힘을 감지했다. 또한 엔진 소리와 자동차 외관을 통해서도 자동차의 힘을 가늠했다. 이는 운전자들이 인식하는 자동차의 성능이란 마력으로 표시된 통계자료가 아니라 감각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뜻했다. 이 밖에도 연구팀은 머스탱 구매자들이 과거 자신들이 향유했던 젊음을 갈망하는 베이비붐 세대라는 사실도 간파했다.

포드는 민족지학자들이 내린 결론을 토대로 수정 작업에 나섰다. 우선 빨리 달리는 자동차처럼 ‘보이도록’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데 디자인의 역점을 뒀다. 또한 젊은 시절을 향한 베이비붐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다.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었다.

줄리앙 카일라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경영 학술지인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기고문에서 머스탱 사례를 언급하며 “민족지학이야말로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런 통찰력은 민족지학자와 경영팀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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