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후쿠오카 버스티켓으로 돌아보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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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전 한반도 상인이 드나들던 국제도시 ‘다자이후’

노코노시마 섬에서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 왼편 돔은 이곳의 프로야구단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인 ‘야후오쿠!돔’이고 그 오른편 고층빌딩은 ‘힐턴 후쿠오카 시호크’호텔. 높이 234m의 후쿠오카 타워가 그 오른편으로 보인다. 후쿠오카 시(일본 후쿠오카 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일본 규슈 최북단 후쿠오카 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규슈 최대의 도시인 후쿠오카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멘타이코(明太子)와 미즈타키(水炊き), 돈코쓰라멘(豚骨ラ-メン)이다. 멘타이코는 명란젓, 미즈타키는 일본식 삼계탕, 돈코쓰라멘은 돼지 뼈 국물로 끓인 라면이다.

그런데 세 가지 음식엔 공통점이 있다. 일본 고유음식이 아니란 것이다. 외국음식과 조합한 하이브리드(변종)다. 멘타이코를 보자. 부산서 나고 자란 가와하라 도시오 씨가 귀국 후 한국의 명란젓 맛을 잊지 못해 식당 ‘후쿠야’를 개업(1949년)할 때 처음 낸 것이다. 먹는 방식만 우리와 다르다. 미즈타키도 비슷하다. 19세기 말 홍콩의 영국인가정에서 서양요리를 배운 하야시다 헤이사부로(林田平三郞) 씨가 1905년 창업한 ‘스이게쓰’(水月)에서 선뵌 나베(냄비)요리다. 중국식 닭 육수에 야채와 우동면을 샤부샤부 식으로 익혀 먹고 마지막에 밥을 넣고 죽을 쒀 먹는데 이것 역시 콘소메(채소와 고기로만 맑게 끓여낸 프랑스 식 스프)를 흉내 낸 것이다. 돈코쓰라멘은 일본화교가 개발한 나가사키짬뽕(돼지 뼈 국물)과 라멘(국수)의 ‘짬뽕’이다.

나는 이 음식들만큼 후쿠오카라는 도시의 성격을 단박에 알려주는 게 없다고 본다. 국제화와 코스모폴리탄적인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간지 뉴스위크도 그걸 눈치 챘는지 2006년 후쿠오카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런 후쿠오카의 개방적 DNA는 ‘항구’(하카다)라는 입지에서 온다. 이미 1500년 전부터 한반도와 중국을 이어온…. 그걸 웅변하는 유적이 있다. 도시 남쪽 15km에 있는 ‘다자이후’(大宰府)다. 이곳은 1300여 년 전 규슈지방을 다스리던 지쿠젠(筑前)국 정부청사가 있던 곳이다. 후쿠오카는 당시 지쿠젠국의 외항. 한반도와 중국의 문물과 정보를 가져왔던 사신은 물론이고, 상인 모두가 거기 머물렀다.

일본열도에서 후쿠오카만큼 한국과 가까운 도시는 없다. 비행기로 한 시간, 쾌속선(부산항)으로도 세 시간(200km) 거리다. 덕분에 오가는 한국인도 많다. 그래서 한국인에 대한 배려도 세심하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준 게 시내버스다. 버스는 이곳 향토기업인 사설철도회사 니시테쓰(西鐵)가 운영 중인데 한글서비스를 시작한 게 벌써 10년 전. 버스정류장에 한글안내판은 물론 차 내에서도 한글과 한국어 안내(문자 게시 및 방송)까지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버스로 후쿠오카 도심을 저렴하고 편안하게 여행하도록 돕는 할인패스와 티켓, 다양한 테마차량 등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매력 만점의 국제도시 후쿠오카를 버스를 타고 이틀간 경제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한일간에 노선버스

다자이후 산책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니시테쓰의 다자이후 ‘소원성취’ 테마 관광열차 다비토. 지난달 22일 운행을 시작했다.
다자이후 산책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니시테쓰의 다자이후 ‘소원성취’ 테마 관광열차 다비토. 지난달 22일 운행을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은 참으로 가깝고도 먼나라다. 통하는 것도 많지만 정반대인 것도 많아서다. 버스가 좋은 예다. 차량통행이 우리와 반대인 건 다 아는 사실. 그런데 버스를 타고내리는 것까지도 거꾸로다.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그러다보니 요금은 후불제다. 우리와 반대로 내릴 때 낸다. 정류장에서 두 문을 동시에 열지 않는 것도 다르다. 하차 후에 승차한다는 원칙 때문인데 앞문으로 손님이 다 내려야 뒷문을 열어 손님을 태운다. 멀수록 요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도 정액제인 우리와 다르다.

일본 버스엔 우리에게 없는 네 가지가 있다. 정리권, 요금안내판, 동전교환기, 육성안내다. 정리권은 번호가 쓰인 티켓인데 차에 오를 때 뽑고, 내릴 때 요금 함에 현금과 함께 넣는다. 요금안내판은 내가 낼 요금을 공시한 전자디스플레이다. 내릴 승객은 이 안내판을 통해 지불할 요금을 확인하는데 소지한 정리권 번호아래의 금액이 요금이다. 정류장도 안내판에 문자(일문)와 녹음안내방송(일어)을 통해 알려주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운전기사가 차내 방송으로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그걸 위해 기사는 헤드 셋 마이크를 쓴다. 한글안내 버스도 가끔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정숙운행‘이다. 과속,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 우리나라에선 흔한 난폭운전-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을 여기선 절대 볼 수 없다. 후쿠오카의 니시테쓰 시내버스에선 좌·우회전은 물론 차선 바꿈까지 화살표와 안내방송으로 미리 알린다. 관광버스보다 노선버스 기사가 우대받고 급여가 타 직종에 비해 후한 것도 우리와 반대다.

후쿠오카 도심을 노선버스로


후쿠오카에도 지하철이 있다. 하지만 여행수단으론 부족하다. 도심여행이라면 역시 니시테쓰 버스가 제격이다. 거미줄 같은 노선으로 도시를 빈틈없이 운행해서다. 게다가 편리하고 저렴하다. 100엔만 받는 ‘100엔 버스’도 운영 중인데 이걸로도 도심관광은 충분하다. 여러 곳에 들를 계획이라면 다양한 할인 패스을 구입하는 편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①도심1일 자유승차권: 620엔으로 하루 온종일 무제한 이용. 시내버스는 190엔부터.

②그린패스: 주요 관광지로 구성된 전용노선을 100분마다 순회하는 초록빛깔의 후쿠오카 시티루프 그린버스를 하루 무제한 이용(700엔). 낮엔 미술관, 밤엔 나이트 탐색노선으로 토·일요일과 공휴일, 방학기간에만 운영한다. 1회 승차엔 260엔.

③후쿠오카 타이켄(體驗·체험) 버스티켓: 도심 1일 자유승차권에 ‘체험티켓’(두 장)이 포함(2570엔)돼 있다. 체험티켓으로는 야타이(포장마차)와 레스토랑식사, 오픈탑버스를 탈 수 있다. 한 장의 가치가 1000엔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으니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말자. 규슈박물관도 할인(420엔→340엔).

④후쿠오카 오픈탑버스: 대당 30억 원짜리 2층형 무개버스(2대)가 세 노선을 운행(1540엔)중이다. 후쿠오카타워, 텐진 등 관광명소를 두루 지나는데 내릴 수는 없다. 1540엔.

타이켄 버스티켓 활용법


승차문의 정리권함. 탈 때는 반드시 이 정리권을 뽑아 내릴 때 요금과 함께 현금함에 넣어야 한다.
승차문의 정리권함. 탈 때는 반드시 이 정리권을 뽑아 내릴 때 요금과 함께 현금함에 넣어야 한다.
①다자이후+도심관광(이틀 형): 첫날은 자유승차권으로 도심을 버스로, 이튿날은 체험티켓으로 다자이후를 철도로 관광한다. 다자이후에선 체험티켓 두 장이 요긴하게 쓰인다. 한 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운행한 다자이후관광열차 ‘다비토’승차권(다자이후산책티켓) 교환에, 또 한 장은 다자이후에서 식사 혹은 간식에 쓴다. 다자이후와 도심관광을 하루에 마치고 싶다면 ‘원데이패스’(니시테쓰 전철&버스 공통 1일 자유이용권·2060엔)를 권한다.

②후쿠오카 도심관광+점심+야타이(하루 형): 티켓 두 장을 하루관광에 쓰는 방식. ‘포장마차’인 야타이는 후쿠오카 명물. 도심 속 섬에 형성된 규슈 최대 규모의 유흥가 나카쓰의 강변과 텐진(도심)의 빌딩 숲에 밤마다 들어선다.

③후쿠오카 도심관광+오픈탑버스(이틀 형):첫날은 티켓 한 장과 자유승차권으로 점심식사를 포함한 도심관광을, 둘째 날은 오픈탑 버스로 시내관광을 즐긴다.

다자이후를 관광열차로


다자이후는 1300년 전 유적으로 한 도시에 걸쳐 펼쳐져 있다. 그중 특히 많이 찾는 곳은 ‘학문의 신’을 모신 텐만구(天滿宮)신사. 여기서 소원을 빌면 시험에 철썩 붙는다고 소문나 연중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다.

텐만구 문전엔 도쿄의 아사쿠사(불교사찰 센소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번화가)와 비슷하게 에도시대 풍의 전통상가가 밀집해 맛집 선물가게 등 구경거리가 많다. 도쿄 밖으로는 유일한 일본국립박물관도 부근에 있다.

니시테쓰는 후쿠오카에서 다자이후를 오가는 철도도 운영 중인데 최근엔 후쓰카이치∼다자이후 구간에 다자이후를 테마로 한 ‘소원성취’관광열차 다비토(旅人·たびと·6량 편성)운행을 개시했다. 분홍빛깔로 예쁘게 치장한 열차 각 칸의 실내는 ‘학업성취’ ‘결혼연애’ ‘건강장수’등 여섯 가지 소원을 담고 있다. 그에 따라 실내는 매화 갑골 등 서로 다른 문양으로 꾸며졌다. 운행시간은 10분 이내. 매일 첫 편(오전 9시46분 출발)만큼은 텐진 역에서 직행(27분 소요)하니 이걸 타길 권한다. 최고의 좌석은 정면을 볼 수 있는 1·6호차의 앞부분 열두 좌석.

■Travel Info

◇후쿠오카 ▽항공편: 인천 부산 등지에서 매일 여러 편 수시 운항 중. ▽현지관광안내소: 텐진역(니시테쓰 텐진 버스센터), 하카다 역에 위치. ▽관광: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welcometojapan.or.kr

◇시내버스&열차
▽니시테쓰: ‘다음’ 블로그의 ‘니시테쓰 홍보실’(www.nishitetsu.co.jp)에 버스와 철도 이용에 관한 방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들어있다. 한글안내서 ‘니시테쓰 버스이용 가이드’도 최근 나왔다. ▽할인패스 및 티켓구입처: 규슈투어(www.kmx.co.kr) 02-753-6661, 051-442-6111

후쿠오카 시(일본 후쿠오카 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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