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독일 경제 일으킨 힘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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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獨 격변의 현장을 가다]
15∼19세 절반은 취업뒤 직업학교서 교육

독일 헤센 주 자동차조합에서 세운 전문학교인 란데스파슐레의 실습장에서 실습생들이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독일 헤센 주 자동차조합에서 세운 전문학교인 란데스파슐레의 실습장에서 실습생들이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독일의 학생들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그저 공부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의미에 그친다. 이런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은 잘 갖춰진 직업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의 체계적인 직업교육인 ‘이중교육 시스템’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독일에서는 한국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진학생을 제외한 과반수의 학생들(대개 15∼19세)이 바로 기업에 취직한 뒤 직업학교에 다니게 된다.

한국의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과정을 마친 뒤 이들은 직업학교와 직장에서 이중으로 교육을 받는다. 주 3∼4일은 사내 직업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현장실습 교육을 받고 주 1∼2일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공부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주 평균 3.5일 정도 이들을 직접 훈련시킨다. 3년 6개월∼4년에 달하는 이중교육 시스템 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기업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공장에서 일을 배우면서 1년차 기준으로 700∼900유로(약 104만∼120만 원), 4년차는 900∼1200유로의 임금을 받는다.

현장중심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기업에 들어가면 곧바로 생산라인에 투입돼 근무할 수 있다. 이들이 마이스터로 자라 기능 인력의 중추를 이룬다. 한독상공회의소(KGGCI)의 바바라 촐만 사무총장은 “12세기부터 시작된 독일의 철저한 직업교육 제도는 사회적으로 기술·엔지니어링을 중시하는 독일만의 문화를 만들었다”며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강소기업 배출의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의 전 단계인 인문계 고교 대신 직업학교를 택하기 때문에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42% 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취업은 잘된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청년실업률이 16.3%인 데 비해 독일은 7.7%에 불과했다. 영국 21.1%, 프랑스 25.5%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중교육 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된 근로자들을 직접 길러내고 채용하다 보니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 간 미스매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독일처럼 산학협력을 통해 철저한 현장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마이스터고 등 직업교육과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올해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률은 89%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독일식 시스템은 ‘고용률 70% 달성’을 지상과제로 삼은 한국 정부의 고용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독일#직업학교#직업교육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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