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후텁지근 여름 ‘로마 3부작’ 강추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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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에서 4악장의 배경이 됐던 로마 교외의 아피아 가도와 소나무. 동아일보DB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에서 4악장의 배경이 됐던 로마 교외의 아피아 가도와 소나무. 동아일보DB
지난주 목요일인 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레푸블리카 인터넷판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로마 남쪽 아피아 가도(街道)에서 전선 공사 중 땅 밑에서 2300년 전 고대 로마의 도로층 유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 발견된 도로 유적은 오늘날 지표의 70∼140cm 아래에 있으며, 반듯한 돌이 깔린 깔끔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 연고가 있어 요즘도 이탈리아 뉴스를 읽고 있는 지인이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를 작곡한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사진)를 떠올렸습니다. 이 기사가 나오기 이틀 전인 7월 9일이 그의 생일이었습니다. ‘로마의 소나무’ 4악장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에서 레스피기는 원정을 승리로 이끈 고대 로마 병사들이 이 옛길을 통해 개선하는 모습을 화려한 소리의 회화로 그려냈습니다.

단지 7월에 그의 생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더운 여름에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마다 저는 레스피기의 작품을 추천하곤 했습니다. 레스피기의 작품으로는 ‘로마 3부작’으로 불리는 교향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영원의 도시’ 로마가 품고 있는 문화재와 아름다운 정경들을 관현악의 찬란한 시로 묘사했습니다. ‘로마의 소나무’ 중 3악장 ‘자니콜로의 소나무’도 근사합니다. 로마의 여름밤, 언덕에 서있는 소나무에 달빛이 비치는 가운데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레스피기는 이탈리아 기악을 부흥시킨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20세기 초, 이탈리아는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가 유명했던 나머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유럽의 기악을 주도했던 역사는 잊혀지다시피 한 상태였습니다. 이때 레스피기는 옛 작곡가들의 기악음악을 모아 현대인의 귀에 친숙하게 들리도록 편곡했습니다. ‘옛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1∼3집, ‘새(鳥·Gli Uccelli)’ 모음곡이 이런 재창작 작업의 대표적인 산물입니다. 어떤 곡들이냐고 물어본다면, ‘타일과 흰 석회만으로 장식된 지중해 변의 건물 안에서 꽃내음을 맡으며 잠시 쉬는 것 같은 향기가 이 작품들 속에 있다’고 설명하겠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유난히 습한 이 여름, 이 작곡가의 작품들을 들으며 뽀송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의 링크와 QR코드에서 레스피기의 대표작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 classicgam/20

유윤종 gustav@donga.com
#로마의 소나무#오토리노 레스피기#로마의 분수#로마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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