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천재 작곡가들이 알게 모르게 공유했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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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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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하늘이 찌푸린 날, 모차르트(사진)의 ‘눈물 글썽한’ 교향곡, 40번 g단조(1788)를 듣습니다. “아, 천재의 영감이 가득 찬 곡이에요. 어떻게 이런 게 머리에 떠올랐을까요!” 이렇게 말하며 자신마저 눈물을 글썽이던 누군가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잠깐, 이런 슬픔과 애상이 단지 영감만으로 가능했을까요?

모차르트가 2년 앞서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케루비노의 노래 ‘어떻게 할지 몰라(Non so piu cosa son)’를 들어봅니다. 교향곡 40번 첫 악장 시작 부분과 리듬이 똑같습니다. 저미는 듯한 반주부 리듬도 같습니다. 음정이 6도 도약했다가 떨어지는 것도 비슷합니다. 단조가 아니라 장조 선율인 만큼 절절한 슬픔의 표현은 아니지만, 이 노래도 교향곡 40번 첫 악장처럼 빠른 템포로 열정에 휩쓸리는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사를 볼까요. “내가 누군지,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어. 한순간 마음이 불타오르는 듯하다가, 다음 순간엔 얼음처럼 차가워지니.”
‘피가로의 결혼’ 중 ‘어떻게 할지 몰라’(위)와 교향곡 40번 1악장 시작 부분.악보에 나타난 선율의 리듬뿐 아니라 반주부의 리듬까지 똑같다. 동아일보DB
‘피가로의 결혼’ 중 ‘어떻게 할지 몰라’(위)와 교향곡 40번 1악장 시작 부분.악보에 나타난 선율의 리듬뿐 아니라 반주부의 리듬까지 똑같다. 동아일보DB


많은 사람이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나 피아노협주곡 20번처럼 열정에 불타는 작품에 대해 ‘시대의 천진함에서 동떨어진 천재의, 영감의 산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차르트 이전 전(前)고전파시대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음악계에는 이른바 ‘질풍노도(Sturm und Drang)’ 양식이 유행했습니다. 문학 미술계의 ‘질풍노도’에 맞춰 뜨거운 열정과 솟구치는 슬픔을, 많은 경우 일정한 패턴에 따라, 음악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모차르트 40번 교향곡에서는 마지막 4악장의 솟구치는 선율도 인상 깊죠? 이 선율도 하이든이 이미 그 16년 전 작곡한 교향곡 45번 ‘고별’의 마지막 악장과 비슷합니다. 모차르트가 ‘모방’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아니 음악사상의 여러 시대마다 작곡가들이 알게 모르게 공유하는 ‘패턴’이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영감’은 없었던 걸까요? 완전히 ‘새롭게’ 정열적인 것으로만 알고 있던 작품들이 알고 보니 시대의 패턴과 경향을 따른 것이었다면 그의 독창성은 사라지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재와 독창성은 각각의 시대 속에서, 일정한 경향들 속에서도 발휘되어 평범한 것들을 뚫고 솟구쳐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오늘 25일은 모차르트가 교향곡 40번을 완성했다고 일기에 기록한 지 225년이 되는 날입니다. 다음의 링크와 QR코드에서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질풍노도’ 선율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1

유윤종 gustav@donga.com
#피가로의 결혼#어떻게 할지 몰라#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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