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감정노동자 힘들게 되면 경제 악영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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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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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 약사도 감정노동에 시달려(동아일보 4월 30일자 A12면)

《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왕 상무 비행기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고 감정노동자가 증가하게 되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 누가 감정노동자일까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왕 상무 비행기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감정노동은 고객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꼽은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기내식을 제공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왕 상무 비행기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감정노동은 고객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꼽은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기내식을 제공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합니다. 최근에는 정신노동과 더불어 감정노동이 포함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감정노동이란 미국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 개념화했습니다. 1983년 ‘통제된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직업상 원래 감정을 숨기고 업무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만들어내는 감정 통제의 한 형태라고 정의했죠.

혹실드는 항공기 승무원과 추심원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 감정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거나 일대일로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런 직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공기 승무원의 경우는 고객들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추심원의 경우는 두려운 감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는 고용주가 직원들의 감정적 활동에 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업 특성상 서비스 산업 종사자가 감정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청의 직업별 취업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60만 명이나 됩니다. 전체 취업자의 23%로 거의 네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서비스 산업을 좀 더 넓은 의미로 확대하면 종사자는 1600만 명, 전체 취업자의 66%나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판매원, 음식점 종업원, 금융업이나 정보기술 업종의 콜센터 직원, 항공기 승무원 등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 보건·의료 관련직, 경비 및 청소 관련직 등도 감정노동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하는 직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감정노동자의 적, 블랙 컨슈머

한 은행의 여직원이 고객에게 대출 연체와 관련한 안내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서 겪었던 사례입니다. 연체 안내를 받은 고객은 업무와 관계없는 사생활에 대해 장시간 하소연을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욕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고객이 분이 풀려 전화를 끊을 때까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드물지 않게 겪는 사례입니다.

감정노동에 관한 국내외 연구들에 따르면 감정노동이 극도의 피로와 직무 불만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우에는 우울증, 대인공포증, 불면증까지 유발한다고 합니다. 특히 블랙 컨슈머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랙 컨슈머란 ‘나쁘다’는 의미의 black과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를 합성한 말로 악성 민원을 고의로, 또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합니다.

얼마 전 한 은행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직원 중 무려 63%가 최근 1년 이내에 블랙 컨슈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랙 컨슈머의 악의적인 행동은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질병에 대한 치료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직장을 그만두게 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서비스 관련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이는 전체 소비자에게 전이되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 ‘배려’가 필요해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는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감정노동자의 권익에는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돈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인격까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 건 아닐까요.

최근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업은 직원도 내부고객이라는 인식을 갖고 부당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로부터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한 금융기관이, 고객이 콜센터 직원에게 성희롱이나 험한 욕설을 할 경우 두 번 경고한 뒤 전화를 차단하게 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한 우유회사 영업사원이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리점주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물품 밀어내기’를 한 행동을 두고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 행위를 두고 ○○○거래행위가 아닌지, 관련 업계에는 비슷한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싸게 팔거나 비싸게 구입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 끼워팔기나 부당한 판매 강요 등을 통칭하는 이 용어는 무엇일까요.

① 불공정 ② 불편한 ③ 부당한 ④ 불쌍한

◇응모 방법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정답 입력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동아닷컴 기존 회원이면 바로 로그인해 입력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면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에서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퀴즈 응모하기
◇응모 마감 및 당첨자 발표

▽응모 마감=15일(수) 오후 5시

▽시상=정답자 한 명을 추첨해 ‘갤럭시노트10.1’(와이파이 전용·사진) 한 대를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20일(월) 동아경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aeconomy)에 게재합니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감정노동자#왕상무 비행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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