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카페]‘마이스터高 지원책’ 믿고 두 자녀 맡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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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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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산업부 기자
정효진 산업부 기자
며칠 전 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보낸 사람은 본보가 소개했던 현대자동차그룹 마이스터고 취업 프로그램인 ‘HMC 영마이스터’ 1기생으로 뽑힌 김호빈 군(17·수원하이텍고 2년)의 아버지였다.

▶본보 8월 13일자 B1면 “졸업하면 현대차 취업… 특목고도 안부러워”

고교 진학을 앞둔 김 군의 여동생이 신문에 나온 오빠를 보고 자신도 마이스터고에 진학하겠다고 부모를 설득해 내년 3월 충북 진천에 있는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 진학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일반계 고교 대신에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택한 학생 대부분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지만 김 군의 가정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둔 평범한 중산층이다.

김 군의 아버지도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며 마이스터고 진학을 반대했다. 하지만 부인이 “아이를 대학이라는 경쟁에 내몰리게 하지 말고 좀 더 빨리 자신의 꿈을 준비하게 격려하자”고 설득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어느 부모가 자식이 공부하겠다는데 말리겠느냐. 능력이 되는 한 대학은 물론이고 유학도 보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군의 아버지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평가해 인증을 해주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일한다. 그는 업무상 만난 삼성전자 임원이 “큰 칼이 있다고 소를 잡는 것은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이 있어야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풍성해질 수 있다”며 아들의 마이스터고 진학을 격려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한국이 독일처럼 기술 강국이 되려면 실험실뿐 아니라 생산 현장을 잘 아는 마이스터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 아들의 선택을 말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빠를 지켜본 여동생은 바이오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아버지와 함께 학교 설명회에 다니며 스스로 진학 준비를 했다. 2.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김 군의 여동생은 국어 영어 수학 선행학습을 하느라 바쁜 또래와는 달리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따고 바이오산업 동향 자료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우리 사회가 마이스터고에 갖는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달라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군의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고졸과 기술 인력에 대해 우대는 아니더라도 대졸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마이스터고#현대자동차#HMC영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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