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중동산 원유수입 웃돈 관행, 내년 WEC총회때 없애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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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너지협의회 공동의장 선출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최근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WEC에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수요공급 계획과 정책,
 주요 수주 정보가 모이는 만큼 한국 기업의 오너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근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WEC에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수요공급 계획과 정책, 주요 수주 정보가 모이는 만큼 한국 기업의 오너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60)이 최근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공동의장에 선출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에 이어 국제기구에 한국인 수장이 또 한 명 탄생한 것이다. 1923년 설립된 WEC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세계 3대 에너지 단체로 꼽힌다. 90여 개국의 정부 및 민간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3년마다 총회를 연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북미와 유럽이 아닌 아시아권에서 의장이 선출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세계 에너지산업의 관제탑에 한국인 커맨더(지휘관)가 앉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WEC의 차기 의장에는 캐나다 최대 전력회사인 ‘하이드로 퀘벡’의 마리 호세 나두 수석부사장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자 기존 선진국 클럽과 아시아 신흥국들 간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공동의장제가 WEC 90여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2013∼2016년엔 나두 수석부사장과 공동의장으로, 2016∼2019년엔 김 회장이 단독의장을 맡는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아시아권의 목소리가 에너지 국제기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김 회장은 “내년 대구총회에서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붙는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웃돈)’부터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프리미엄이란 중동 국가들이 동아시아 쪽으로 원유를 수출할 때 지정학적인 위험을 근거로 다른 지역보다 배럴당 2달러가량 더 받는 관행이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행정학과),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해 최신 글로벌 이슈를 듣고는 한국에 화두를 던진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WEC에서 만난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전했다.

김 회장은 “일본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일본은 절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당분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으로 원전 포기 정책을 고수하겠지만 결국 원전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고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고비용의 에너지정책으로는 일본경제가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 원전의 잇단 고장을 우려하면서도 “원전의 고장과 사고는 다르다”며 “우리 스스로가 한국의 원전기술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진 프랑스가 한국의 원전 수출을 견제하는 가운데 한국인 스스로가 신성장동력인 원전산업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성그룹은 기존의 가스 중심 에너지사업 외에도 태양열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한류문화사업, 중국에서의 의류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고 공익에 부합한다면 어떤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다양한 사업을 하려는 것은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 김수근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연탄재가 묻은 돈을 바가지에 잔뜩 담아 제일은행 서울 석관동지점에 매일 입금하던 시절, 대성이 현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국 반도체회사의 한국인 직원이 어른(고 김수근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결국 그 제안을 삼성이 받아들여 현재의 삼성전자로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대성이 성장을 위해 정치권과 손을 잡고 이권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정치는 짧고 기업은 길다’는 게 고 김수근 회장의 경영철학이었다. 김 회장은 막냇동생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최근 새누리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른이 살아계셨다면 엄청 꾸짖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 회장은 자신은 물론 자녀들이 직접 정치를 하거나 유력 정치인과 인연을 맺는 것도 경계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차기 정부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 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원유수입#WEC#김영훈#대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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