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권재진 법무부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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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가석방 허용하지 않겠다”

《 “충격적인 강력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특히 성폭력 범죄는 건수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수법도 잔혹해지고 있어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입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흉악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최근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현황과 대책 △흉악범 사형 집행 논란 △검찰 수사 현안과 12월 대선 관리 △법무부 추진 정책 등에 대한 생각을 자세하게 밝혔다. 법집행의 최고책임자인 권 장관이 사회 상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과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7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하고 있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날 권 장관은 논란이 돼 왔던 성범죄 친고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7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하고 있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날 권 장관은 논란이 돼 왔던 성범죄 친고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권 장관은 특히 성범죄나 음란물 유포 근절 대책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엄벌 의지를 밝혔다.

○ 성범죄 현황과 대책

―최근 무차별적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검찰이 재판에 넘긴 성폭력 사범 수가 2008년 7300여 명에서 2010년 8800여 명, 지난해에는 9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건수가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성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 점점 흉악해지는 게 더 문제다.”

―대책은 뭔가.

“성범죄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우선 돼야 한다. 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에도 힘쓰겠다. 수용하고 있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출소 이후에도 집중 보호관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법조계, 학계, 여성계 등 각계 의견을 모아 폐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은 (친고죄 폐지에) 법무부가 부정적이었지만 앞으론 열린 자세로 폐지 여부를 검토할 생각이다.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특위’에서 조만간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을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죄질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약물치료 대상을 모든 성범죄자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부분이 있다. 성급하게 대상을 확대할 순 없지만 약물치료가 성범죄 재범을 막는다는 게 입증되면 대상을 모든 성폭력 범죄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다만 물리적 거세는 인권 침해나 위헌의 소지가 크다.”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는데….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목욕탕 열쇠’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차고 있으면 어딜 가도 파악된다고 의식하기 때문에 범죄 억제 효과는 분명히 있다. 실제 전자발찌를 채운 뒤 재범률이 10분의 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들을 밀착 감시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자발찌 착용 범죄자가 2008년 151명에서 2012년 9월 현재 1026명으로 6.8배로 늘었지만 전담 인력은 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재 전담 인력 증원에 합의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성범죄 전과자도 교화해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다’며 자포자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법 시행일인 2011년 4월 16일 이전 3년 내에 유죄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까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범죄자의 주소를 지번까지 공개하고 △국가기관이 직접 촬영한 최신 사진을 게재하며 △미성년자에게도 성인 대상 성범죄자의 정보 열람을 허용하고 △읍면동사무소 게시판에 성범죄자 정보를 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음란물 관련 대책은 뭔가.

“성범죄와 음란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수감 중인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대책을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또 돈을 벌기 위해 음란물을 유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음란물로 얻은 범죄 수익은 철저히 환수할 것이다. 특히 아동 음란물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계획이다.”

○ 사형 집행 재개 논란

―흉악범죄가 늘면서 사형 집행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장관 취임 이후 1년간 거의 매일 고민한 주제지만 명확한 답이 안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형이 확정되면 법무부 장관이 6개월 이내에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취임 이후 1년 넘게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으니 직무유기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사형 집행은 국내외 상황과 여론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법무부 장관들이 그렇게 결정을 계속 미루면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지 15년이 흘렀다.

“무작정 미루자는 것은 아니다. 최근 흉악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 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집중적으로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부 산하 정책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려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

―사형 집행 반대론자들은 오판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현재 상황에선 오판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2012년 9월 현재 사형수는 60명인데 이 중 90% 이상이 다 범행을 자백했다. 부인하는 사람도 객관적인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범행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오류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흉악범죄의 충격으로 사형 찬성 여론이 높지만 사형을 집행한 뒤 반대 여론이 많아지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신중한 것이다.”

○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사건과 대선

―여야 공천 금품 수수 사건 수사가 길어지면 12월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신속하게 실체를 밝혀내겠다. 정치권에서 검찰을 항의 방문하고 관련 성명발표를 하는 건 ‘사전에 공정을 기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법집행기관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흔드는 것은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런 건 국가적으로도 이로울 게 없다.”

―일각에선 ‘여당에 불리한 새누리당 수사는 부산지검에서 하고, 야당에 불리한 민주통합당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아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지적은 합당치 않다. 검찰의 사건 배당은 사건의 성격과 범죄 발생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건을 중수부가 하면 공평하겠나. 부산에서 한다고 무르게 수사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독립성이 더 보장될 수 있다. 정치적 고려 없이 묵묵하게 중심을 잡고 수사한다는 게 원칙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흑색선전에 대한 우려도 높다.

“흑색선전의 폐해가 상당히 크지만 정작 폐해를 바로잡을 때는 선거가 끝난 뒤인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 네거티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은 흑색선전과 비방은 끝까지 추적해 정치적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은 명백한 중대 범죄인 만큼 끝까지 행위자를 찾아내 엄벌할 것이다.”

―정치권의 고소 고발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치권의) 건전한 비판과 표현까지 봉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법무 행정

―법무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따뜻한 법치’는 어떤 내용인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그 핵심이다. ‘법률홈닥터’ 제도가 대표적인데, 이 제도는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서민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맞춤형 1차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11곳과 사회복지협의회 9곳에서 ‘법률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서민층의 경우 벌금을 못 내더라도 노역장에 바로 유치되지 않고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 구조금도 크게 늘리고 지급 요건도 완화하는 등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도 강화했다.”

―21세기 다문화사회를 맞아 법무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이 143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8%에 이른다. 외국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다루기 위해선 현재 여러 부처로 나뉜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기홍 사회부장   
정리=장선희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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