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극지, 그들의 눈물… 결국 인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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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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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플래닛/앨러스테어 포더길, 버네서 벌로위츠 지음·김옥진 옮김
312쪽·4만5000원·궁리
◇황제처럼/송인혁, 은유 지음/256쪽·1만3800원·미래의 창

캐나다 매니토바 주 와푸스크국립공원의 눈밭에서 새끼 곰들이 어미를 따라가고 있다. 궁리 제공
캐나다 매니토바 주 와푸스크국립공원의 눈밭에서 새끼 곰들이 어미를 따라가고 있다. 궁리 제공
눈과 얼음으로 덮인 자전축의 끝. 양극 주변은 지구에서 가장 생명에 적대적인 곳이다. 여기서 수천 년간 살아남은 생명은 그 자체로 우리에겐 호기심과 경이의 대상이다. 인간이 극지를 찾고 그곳의 자연과 생명을 글이나 사진, 영상에 담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BBC는 3년간 북극과 남극을 오가며 북극곰과 황제펭귄, 코끼리물범, 밍크고래 등 극지 생명체의 행적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Frozen Planet)’은 지난해 말 영국에서, 올해 5월 KBS1을 통해 국내에서 방송됐다. MBC 제작진이 300일간 남극에 머물며 그곳의 생태를 담아낸 다큐 ‘남극의 눈물’도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방영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다큐로는 이례적으로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방송의 감동을 각각 고스란히 담아낸 두 책이 발간됐다.

동명의 BBC 다큐를 만든 프로듀서 두 명이 쓴 ‘프로즌 플래닛’은 극지 생태 보고서라 할만하다. 극지의 야생 생물이 어떻게 먹이를 구하고 짝짓기를 하며 새끼를 길러내는지를 보여준다. 분량이 방대하고 내용도 전문적이지만 사진이 많고 촬영 뒷이야기를 더해 쉽게 읽힌다.

특히 이 책은 지구온난화가 극지방에 끼친 영향을 여실히 밝히고 있다. 얼음을 발판 삼아 사냥하는 북극곰은 지난 20년간 얼음이 일찍 녹는 바람에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3주나 줄었다. 몸무게가 15% 줄었고 개체수도 크게 감소했다. 또 남극 주변 펭귄 군서지가 줄었는데, 이유는 육지의 따뜻한 온도 탓에 아델리 펭귄의 먹이인 크릴의 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로즌 플래닛’은 다시 만들기 힘들 것이다. 엄청난 비용 때문이 아니라 북극과 남극이 급속도로 녹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남극반도 당코 섬의 젠투펭귄 군서지. 이 펭귄은 원래 좀 더 따뜻한 지역에 서식했지만 최근 몇십년 동안 빙하 얼음이 극지로 후퇴하면서 암석이 드러나자 이곳에서도 살기 시작했다. 궁리 제공
남극반도 당코 섬의 젠투펭귄 군서지. 이 펭귄은 원래 좀 더 따뜻한 지역에 서식했지만 최근 몇십년 동안 빙하 얼음이 극지로 후퇴하면서 암석이 드러나자 이곳에서도 살기 시작했다. 궁리 제공
‘황제처럼’은 모든 생명체가 떠난 남극의 겨울에 유일하게 남은 황제펭귄의 모습에 인간의 감성을 대입한 에세이다. ‘남극의 눈물’의 송인혁 촬영감독이 찍은 사진에 자유기고가 은유 씨가 글을 달았다. 황제펭귄이 남극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을 다뤘는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다. 황제펭귄을 지나치게 의인화한 몇몇 부분은 억지스러운 느낌이다.

두 책 모두 글보다는 사진이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오로라와 별빛이 쏟아지는 남극의 겨울 밤, 우유 빙수처럼 하얗고 거대한 빙하 앞에서 황제펭귄들이 허들링(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 추위를 견디는 것)하는 모습은 숨이 멎을 것 같이 아름답다. 무더운 여름밤에 펼쳐보면 남극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시원할 것 같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 향기#자연#프로즌 플래닛#황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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