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장희의 스케치 여행]충북 청원 청남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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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청남대

우리나라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는 청와대다. 주소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이며, 경복궁 바로 뒤 북악산 아래에 있다. 그런데 충북 청원군 대청호 인근에도 비슷한 이름의 시설이 있다. 바로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뜻을 가진,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다.

올해로 청남대가 일반에 개방된 지 9년째가 됐다. 청남대는 1983년 5공화국 때 만들어졌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충청북도에 관리권이 넘어갈 때까지 20여 년 동안 5명의 대통령이 총 88회, 471일을 머물렀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운영의 중대한 고비가 있을 때 청남대에 머물며 문제를 풀 방안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했다. 여기서 ‘청남대 구상’이란 말이 생겨났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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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의 원래 이름은 ‘영춘재(迎春齋)’였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피어나는 수많은 꽃과 아름다운 자연 덕에 봄을 느끼기에 제격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마다 봄철엔 ‘영춘제’란 축제를 열어 각종 전시와 예술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올해 영춘제는 4월 18∼29일).

지난주 가족과 함께 청남대를 찾았다. 원래 청남대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선착순 예약을 하면 승용차를 몰고 청남대 주차장까지 들어갈 수 있다.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은 인근의 문의면에 차를 세우고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청남대에 도착하자 든 첫 느낌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비밀로 유지되던 이곳의 아름다운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도 개방된 것이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일반인이 갈 수 없는 비개방 공간이 많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비무장지대(DMZ)다. 나는 전방 철책 아래서 군 생활을 했다. 가끔씩 내가 근무했던 전방관측소(GOP)에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젠가 내 아이들과 함께 그곳을 청남대를 걷는 편안함으로 거닐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청남대 뜰 안 나무에 움트는 새싹의 빛깔은 무척 싱그러웠다. 그 연둣빛이 아이들의 웃음에 겹쳐졌다. 아이들은 낙우송(落羽松) 가로수 길을 신나게 뛰어 다녔다. 봄볕 때문에 생긴 가로수 그림자가 아이들의 뒤를 따른다. 여전히 대통령별장이었다면 서 보지 못했을 대통령의 산책로… 그 공간과 시간, 그리고 기억을 머릿속 ‘내가 걸어본 길’ 폴더에 넣으며 그림으로 담아 봤다.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aht.com
#청남대#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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