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기업 때리던 정치권, 지역구선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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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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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마치 기업이 모든 ‘악의 뿌리’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기업을 손보면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가 풀릴 것 같은 인상마저 심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 공약으로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내세웠다. 통합진보당은 “30대 그룹을 3000대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대기업 쪼개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 차원에서는 ‘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각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속내는 다르다. 동아일보가 300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모두 점검한 결과 후보 24명은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며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그룹은 15건, 포스코와 롯데그룹도 각각 2건씩 언급됐다. 신세계, 강원랜드, 금호타이어, 한진해운의 이름도 나왔다.

공약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새누리당 후보인지, 민주통합당 후보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친기업’ 일색이었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진표 후보는 “삼성전자와 연계한 제약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역시 같은 당의 서울 성동을 홍익표 후보는 “현대차, 한양대, 성동구가 함께 지역산업발전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을 임지아 후보는 “지역 주민을 서초구 내 삼성, 현대차, LG 등에 우선 취업시키겠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기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데는 여당도 열심이었다. 새누리당 충남 아산 이건영 후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투자를 유치하겠다. 삼성전자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갑 박인숙 후보는 “제2롯데월드를 연계한 관광벨트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정효진 산업부 기자
총론은 ‘재벌 해체’이지만 정작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기업 끌어들이기’로 환심을 사는 이중적인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 이번 선거전의 이면이다. 후보들도 총선에 대한 국민의 정책적 관심이 온통 일자리와 성장에 쏠려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복지 또한 ‘모래 위에 집짓기’라는 것을 후보들도 공약에서 자인하는 셈이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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