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뉴로마케팅’ 연구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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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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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무의식적인 소비반응 알아내 홍보활용

《 소비자의 성향과 마음을 알아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뉴로마케팅’ 연구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뉴로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는가. (ID: Wall***) 》
우리 중 아무도 자신의 뇌가 어떻게 호흡과 혈액순환을 관장하는지 의식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많은 경우 자신이 내리는 구매 의사 결정의 진정한 원인을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내리는 구매 의사 결정의 90% 이상이 의식수준 이하의 뇌 활동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소비욕구의 생성과 충족에 이르는 뇌 반응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활용한 뉴로이미징 기술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뇌 속에서는 중뇌의 측중격핵(Nucleus Accumbens)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소비욕구를 표출한다. 원하는 제품을 가졌을 때는 대뇌 보상회로망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런 만족감이 강할수록 소비자는 이를 반복하려는 열망이 강해지게 된다. 소비강박증에 시달리는 일부 소비자가 일단 ‘지름신’이 내리면 그 순간에는 오직 그 제품을 사야겠다는 일념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마케팅과 뇌신경과학의 결합은 1970년대부터 시도돼 왔지만, 뉴로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조사 방법은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뇌 반응을 관찰해 활용하며, 미래 마케팅의 주요한 발전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맛과 화학적 성분이 거의 유사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중 왜 코카콜라가 수십 년 동안 시장점유율 1등을 차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뉴로마케팅은 ‘두 음료의 차이는 맛이 아닌 두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감성적 뇌 반응에 있다’라는 보다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뉴로마케팅에 대한 연구는 보편타당하게 정의하기 어려웠던 ‘소비자 만족’ 같은 감정적 반응에 대해 생체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설문 같은 기존 조사방법에서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가 경쟁 브랜드에 비해 ‘좋다’ 혹은 ‘만족한다’로 응답하게 되지만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선호가 단순한 편의의 선택인지, 익숙해진 친근함인지, 가슴 설레는 정도인지, 강하게 흥분될 정도의 흡입력인지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이 분야 연구는 소비자의 다양한 감각정보 처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구매하기 전에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때로는 맛을 본 후 선택하기를 좋아한다. 잘못 선택해서 낭패를 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의 공감각적 정보는 소비자가 상품을 접하고 그 경험을 내재화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지금까지는 마케팅 조사에서 깊이 다루어지지 못했다.

그렇다면 뉴로마케팅이 발전하면 소비자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까지 가능할까. 공상과학영화에서 충분히 나올 만한 주제이나 당장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의 사고는 뇌의 일부 영역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화된 메커니즘에 따라 여러 뇌 영역이 화합적 또는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영향을 주는 각 요소들을 구분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성균관대 융합인지과학연구단 이은주 교수, 서민아 교수, 신현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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