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조문섭]‘아마시아’ 초대륙과 한반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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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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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학자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학자
지구상의 대륙은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뜨거운 지구 내부가 천천히 이동하는 탓에 겉가죽에 해당되는 대륙 역시 덩달아 움직인다. 대륙이 오랜 기간 꾸준히 움직이다 보면 서로 부딪치고 합쳐지기도 하는데 약 1억 년 후에는 한반도를 포함해 온 대륙이 모이게 된다. ‘아마시아(Amasia)’ 초대륙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마시아’는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합성어로 네이처 최신호에 보고된 초대륙의 이름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륙은 서로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고 있는데, 대략 3억∼4억 년에 한 번씩 모든 대륙이 서로 이어지며 초대륙을 만든다. 판게아 초대륙은 약 3억 년 전, 그 이전에는 곤드와나와 로디니아 초대륙이 지난 10억 년 동안의 지구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

초대륙이 만들어짐에 따라 대륙과 대륙 사이를 가르며 분출하던 화산은 활동을 멈추게 되고, 지구는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았을 때 냉해를 입게 된다. 그 피해는 무척 커 거의 온 지구 표면이 빙하로 덮일 수 있다. 곤드와나 초대륙이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다. 약 6억 년 전 지구는 얼음집이었으나 다행히 지구의 내부 열이 축적됐다가 초대륙 내부에서 화산으로 분출되기 시작하며 다시 따뜻해졌다. 이 화산의 출현으로 초대륙은 조금씩 갈라져 종국에는 그 생을 마감한다. 돌고 도는 인생사와도 닮은 초대륙의 일생이다.

현재 지구 표면에는 판게아 초대륙이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대륙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태평양이 탄생한 지 2억 년밖에 안 되고, 일본은 대부분 3억 년 이후에 자란 땅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25억 년 된 암석이 서해 대이작도에서 비교적 최근 발견됐다.) 일본 열도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대륙은 다른 소대륙과 섬들이 이동해 와 붙으면서 결국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 성장했다. 약 5000만 년 전 아시아 대륙과 처음 얼굴을 맞댄 인도 땅덩어리가 대표적인 예로 지금도 여전히 북상하면서 서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1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중국의 쓰촨 성 지진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엄청난 힘에 의해 두 대륙은 서로 포개지면서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라는 비경을 만들어냈다. 지난 5000만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지구의 멋지고 웅장한 얼굴이 등장한 배경이다.

1억 년 후의 지구 모습은 사뭇 다르다. 드디어 모든 땅덩어리가 모여 다시 초대륙을 만드는데, 아시아 대륙이 중심이고 미주 대륙은 바로 옆에 놓인다. 그래서 ‘아마시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초대륙의 탄생은 이미 예고돼 왔다. 여러 대양 중 어느 바다가 먼저 없어질지는 논란거리였는데, 북극해가 소멸되며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충돌해 초대륙으로 발전하리라는 예측이 네이처에 소개됐다. 이 와중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서로 만나 한 개의 땅덩어리가 된다. 그 결과 동해는 사라지게 되는데, 앞으로 1억 년 후의 일이라 다행이다. 이런 예측은 지진 자료뿐만 아니라 대전과 도쿄가 1년에 수 cm씩 서로 마주 보며 움직인다는 인공위성 측지자료에서 확인됐다.

지질학적 시계의 바늘을 조금만 뒤로 돌리면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해온 증거가 한반도 내륙 여러 곳에 남아 있다. 청계산 감악산 오서산 등 우리나라 서부 지역은 판게아 초대륙과 운명을 같이했던 큰 산맥의 일부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설치된 초정밀 연대측정분석기를 통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한반도 땅덩어리가 판게아 초대륙 산맥의 뿌리라니, 우리의 산행은 흥미를 더해만 간다.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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