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울지마 톤즈’ 빈민촌의 코리안]에이즈 약 창고서 썩어가는데… 15달러 없어 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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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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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단체들이 약 지원해도 관료 부패로 잘 전달 안돼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현내식 씨. 맑은 눈동자의 이 아이들 중에도 에이즈 감염자가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현내식 씨. 맑은 눈동자의 이 아이들 중에도 에이즈 감염자가 있다.

비옥한 토양과 연중 온화한 기후. 짐바브웨는 자연환경만 보면 풍요로운 땅이다. 영국은 1888년부터 이 풍요로운 땅을 식민지배하면서 모든 농장을 차지했다. 1980년 독립과 함께 짐바브웨는 영국의 농장주들을 몰아냈다. 농장주들이 떠나면서 농업생산은 크게 위축됐다. 토양은 비옥하지만 농업기술과 근면성이 부족해 식량 생산은 영국 지배를 받던 시절에 비해 턱없이 떨어졌다.

짐바브웨는 또 광물자원이 많다. 다이아몬드, 크롬, 망간, 백금 등이 풍부하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도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짐바브웨와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로버트 무가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관료들의 부패가 겹쳐 나라살림이 엉망이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가 서민들의 일상을 짓누른다. 정부 공식 발표로 13%인 에이즈 감염률은 실제로는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 단체들이 에이즈 약을 지원하지만 환자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보건소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는 데 드는 돈은 5달러. 현내식 씨는 “보건소까지 가는 차비 10달러를 합쳐 15달러(약 1만7000원)면 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돈이 없어 죽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짐바브웨의 부패한 공무원들은 의료봉사를 왔던 한국 병원 의사들에게 진료 허가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가 지원한 약이 비가 새는 창고에서 썩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참바(마리화나)와 문란한 성생활도 문제다. 현 씨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지를 심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케(짐바브웨)=글·사진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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