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NS홈쇼핑 도상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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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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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경영… 독서는 나를 지키는 무기”

도상철 사장(오른쪽)은 임원, 팀장, 팀원 등 적어도 3명이 같은 책을 읽은 뒤 토론하는 ‘3인 학습 독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 실시 이후 독서는 NS홈쇼핑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NS홈쇼핑 제공
도상철 사장(오른쪽)은 임원, 팀장, 팀원 등 적어도 3명이 같은 책을 읽은 뒤 토론하는 ‘3인 학습 독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 실시 이후 독서는 NS홈쇼핑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NS홈쇼핑 제공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도상철 NS홈쇼핑 사장은 나트랑 인근의 격전지로 파병됐다. 당시 소대장이었던 그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매일 밤 교대로 인근 마을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부하들을 이끌 때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생사를 건 전선에선 소대장도 나약한 인간일 수밖에 없었다. 도 사장은 “대작전 수행 후 나트랑의 휴양시설에서 보내는 3박 4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는데 이때마다 책을 읽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자리 잡은 NS홈쇼핑 본사에서 만난 그는 “그때부터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스스로를 지키는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 3인 독서클럽 제도 도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당수는 독서를 취미로 꼽는다. 하지만 전 직원이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독후감까지 쓰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도 사장은 사장으로 취임한 2008년부터 ‘3인 학습 독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장이 먼저 책을 읽은 뒤 임원급인 본부장들에게 추천하면 본부장들은 또 그 이하 팀장들에게 권하고 팀장들은 팀원들과 공유해 결국 전 직원이 같은 책을 읽게 하는 제도다.

“처음으로 함께 읽은 책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었어요. 본부장들에게 파트별로 분량을 정해준 뒤 각자 맡은 부분을 강의하게 했어요.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은 책을 그냥 쓱 보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여러 번 곱씹게 하자는 뜻입니다.”

사장이 독서를 강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는 기업 문화로 스며들었다. 이 회사 마케팅본부 고은 과장은 “이제는 팀별로 업무에 맞춰 자발적으로 책을 선정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함께 읽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도 사장은 20대 초반에 입대를 앞두고 약 10개월간 매일 남산도서관을 찾아 하루 종일 책만 읽는 ‘몰입독서’를 한 경험도 있다. 그는 “세계문화전집이나 세계사전집처럼 따로 시간을 내서 읽지 않으면 다 보기 힘든 책들을 이때 모두 통독했다”고 말했다.
○ 목표카드, 봉사카드로 목표 설정


도상철 NS홈쇼핑 사장의 올해 목표카드. 회사와 개인 차원의 목표가 3개씩 적혀 있다.
도상철 NS홈쇼핑 사장의 올해 목표카드. 회사와 개인 차원의 목표가 3개씩 적혀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습득한 인문학적 지식은 이런 위기 상황에도 신속하게 방향을 선회하는 데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도 사장은 강조했다. NS홈쇼핑은 2009년 3월 업계 최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진출해 한국식 택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집 앞에까지 신속하게 배달해주는 한국형 택배 문화를 현지 미국인 중 상당수는 낯설어했다. “낯선 이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을 위험한 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고객이 직접 주문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현지 홈쇼핑회사에 물건을 납품하는 ‘B to B’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NS홈쇼핑은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이달 말 미국 뉴욕에도 지사를 낼 예정이다.

도 사장의 이력 중 상당 부분은 교육, 인사 관련 업무였다. 육군행정학교에서는 장교들에게 인사참모학을 가르쳤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해 제일사료에 입사하고 이 회사가 NS홈쇼핑의 모기업인 하림에 인수된 뒤에도 주로 인사, 기획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는 “이런 이력으로 조직원의 동기 부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장 취임 직후 목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명함 두 개를 겹쳐 접은 사이즈인 목표카드는 한쪽에는 개인적 목표 3가지, 또 한쪽에는 회사 조직원으로서의 목표 3가지를 적게 돼 있다. 도 사장은 신년 행사 때 전 직원에게 카드를 배포하고 연말에 달성 여부를 확인해 우수자를 시상하기도 했다.

“대외비인데 보여줘도 되나…”라고 말하면서도 도 사장이 선뜻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그의 올해 목표카드에는 ‘영업이익 620억 달성’ 등 회사 차원의 목표와 ‘주 4회 이상 운동’ 등 개인 목표가 다부진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는 연간 48시간씩 봉사활동을 하고 활동 내용을 기입하는 봉사카드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도 사장은 “사소한 것 같아도 이런 카드를 통한 ‘자기예언’이 실제로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예전 같으면 고개를 갸웃거렸을 거대한 비전 앞에서도 ‘못 할 게 뭐 있느냐’고 팔을 걷어붙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도상철 N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1946년 출생
△1980∼1984년 육군행정학교 교수
△1984년 육군 소령 예편
△1985년 제일사료 입사
△2002년 제일사료 경영지원담당 이사
△2002년 한국농수산방송 상무이사
△2003년 농수산홈쇼핑 전무이사
△2007년 농수산홈쇼핑 부사장, 대표이사 부사장
△2008년∼현재 N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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