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기름값 잡기만 골몰… 석유공사 잇단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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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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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적(敵)도 기름값 앞에서는 아군이 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22일 대전에서 열린 주유소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소도 사업자가 바뀌었다면 알뜰주유소 참여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혀 주유소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주들은 남의 명의를 빌려 영업을 계속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정유업계는 유사석유 판매 전력이 있는 주유소는 사업자 명의가 바뀌어도 가맹점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직접 유통에 뛰어든 석유공사가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며 추진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에서 ‘과거는 묻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묻지도 않았는데 유사석유 사업자 얘기를 꺼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석유공사는 29일 본보가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알뜰주유소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설명한 것이지, 신청한 모든 주유소를 받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석유공사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은 기름값 인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최대한 늘리려는 것이라는 게 주유소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곳은 정부의 직간접 통제를 받는 농협 폴과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 500여 곳에 불과하다. 이를 정부 목표대로 2015년까지 1300여 곳으로 늘리려면 알뜰주유소 전환이 쉬운 무폴 주유소를 최대한 포섭해야 하고, 전과도 따질 만한 계제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전성철 산업부 기자
전성철 산업부 기자
이번 논란 외에도 기름값 문제에 대한 최근 몇 달간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동구매 입찰 전날인 14일 정유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이것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우연이라고 치자. 하지만 입찰에서 정부가 원하는 만큼 낮은 가격을 써낸 정유회사가 나오지 않자 정부는 각 정유사를 개별 접촉해 “브랜드 폴 주유소 공급가보다 L당 50원 정도 싼 가격을 적어내라”고 압박해 상궤(常軌)를 한참 벗어났다.

지경부는 ‘경유 수입업자에게는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해 국내 정유사와 가격경쟁을 붙이려 한다’고 본보가 보도한 23일엔 각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에 “동아일보의 취재원을 찾아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과연 정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처럼 과민하게 반응할 이유가 있을까.

전성철 산업부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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