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로저 코언]시간은 이란 편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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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란을 침공한 것은 1980년이었다. 그는 이란인들이 그 전해 일어난 이란 혁명(1979년 입헌군주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집권하게 된 일)으로 완전히 분열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 호메이니의 신정국가론에 대한 내부 반대 세력이 마지막으로 진압되면서 이란인들은 하나가 되어 적(이라크)을 마주했다.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다고 가정할 때,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이란은 침체와 분열, 역기능의 혼합체이기도 하나 ‘분노’로 하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을 향한 공격은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의 경고대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다. 이웃 국가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급증하고 헤즈볼라(레바논에 기반을 둔 무장 시아파 이슬람 조직이자 합법정당)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한 직간접적인 보복이 계속될 것이다. ‘지하드(이슬람 성전·聖戰) 이데올로기’가 쇠퇴하는 듯 보이고 아랍의 봄이 정체기에 접어든 지금, (이란을 거점으로) 지구촌에 극단주의 흐름이 밀려들 것이다. 유가는 치솟을 것이고 글로벌 경제는 더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란의 끊임없는 핵무기 경쟁은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반외세 민족주의를 이끌던 그는 팔레비 왕조 때 총리까지 지내지만 곧 쿠데타 혐의로 체포된 뒤 1967년 사망한다) 축출 당시 남겨진 씻을 수 없는 분노에서 촉발됐다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나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이란 핵 위기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안보 전략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느린 버전의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도 했다. 동작은 느릴지라도 이것은 아마추어 게임이 아니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핵심요소를 꼽는다면 우선, 이란은 핵무기 격발장치를 직접 만지는 대신 전력 생산을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가 그랬듯 ‘군사적-핵능력’(핵무기로 언제든 전환 가능한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 이란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혁명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은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는 ‘민족주의적 접착제’나 다름없다.

셋째, 이란은 2009년 재선에 성공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불씨가 된 반정부 시위 이후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거대 은행 자본은 부패했다. 아마디네자드와 긴장관계인 하메네이는 늙어가고 있으며 누가 그 뒤를 이을지 불분명하다.

이런 환경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모한 군사 공격을 자제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란의 내부 분열을 증폭시키도록 힘써야지 (그들을 공격해서) 분노로 결의를 다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과거 대소(對蘇) 봉쇄 정책의 입안자였던 조지 케넌은 1946년 주소련 미국대사 시절 소련이 능력 이상으로 군사력을 확대해 경제적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이란에 군사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핵개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바로 봉쇄와 억제 정책이다. 힘 있는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공동방위국가들을 통한 ‘이란 봉쇄’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마지막 보루로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가 했던 해상봉쇄와 같은 ‘격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시간은 이란의 편이 아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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