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애증의 계절… 영원한 동지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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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그림자’ 정두언-정태근, 쇄신 압박 앞장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한나라당 ‘쇄신 연판장’의 초안은 정태근 의원이 작성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귀국일(5일)에 맞춰 쇄신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2일부터 밤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서명 운동엔 정 의원을 포함해 초선 의원 5명이 나섰지만 그 중심엔 정두언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재선)이 있다. 정 소장은 사석에서 “나는 태근이가 하자는 대로 한다”고 말하고, 정 의원은 자신의 ‘지도자’로 정 소장을 꼽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막역하다.

18대 국회 들어 4차례 일어난 한나라당발 쇄신운동은 모두 이들에게서 시작됐다. 지난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도 야당에 앞서 두 사람이 제기했다.

야당 의원보다 현 정권에 더 각을 세우는 두 사람을 두고 한국 정치사의 대표적 희비극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명실상부한 ‘MB맨’이었다. 2007년 대선 때는 정 소장이 전략기획총괄팀장으로, 정 의원이 수행단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대선 승리의 축포가 터지자마자 두 사람은 이 대통령과 멀어졌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부터 이상득 의원과 몇몇 측근에게 휘둘렸다는 게 결별 이유다. 18대 총선 직전 이들은 이 의원의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 정권의 실패를 막기 위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나선 것이라 항변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기여해 출범시킨 정권을 향해 끊임없이 손가락질을 하는 ‘자학(自虐)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자신의 ‘복심’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분열의 정치’로 희비극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孫 잡았던 김부겸, 통합 갈등에 손 뿌리쳐 ▼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오랜 측근이던 김부겸 의원이 손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그는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승리한 10·26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8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민주당이 선거대행업체냐”며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손 대표가 ‘12월 18일 이전 야권통합 전대 실시’(4일) 구상 등을 밝히며 “민주당만의 전대는 없다”고 선언한 뒤로는 연일 성명 등을 통해 “손 대표는 대표직 사임과 통합 일정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손 대표와 김 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 선후배(손 대표 65학번, 김 의원 76학번)다. 김 의원은 2007년 당 대선 후보 경선과 지난해 10·3 전당대회 때 손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앞장 손 대표를 도왔다. 당내에선 한나라당 탈당 ‘전력’(손대표 2006년, 김 의원 2003년)도 두 람의 동병상련을 깊이 해준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대 리 후 첫 당직 인선에서 김 의원을 배제했다. 손 대표는 당시 김 의원의 지역구(경기 군포)를 아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TK)에 출마해 줄 것을 권유했으나 김 의원은 “몸 담아온 지역구 리는 게 정치개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거절했고 이후 서먹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9월 초 김 의원의 책 출판기념회에서 “저는 김부겸에게 많은 빚을 지고 는 사람”이라고 미안함을 표시했으나 김 의원은 “손 대표는 제게 빚진 것이 없다. 다만 이제 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길을 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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