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서울체고 축구부, 끝내 해체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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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KBS 해설위원), 신문선(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강신우(전 MBC 해설위원), 황보관(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

서울체고 축구부는 전통 명문이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고교 축구를 석권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캐넌슈터’의 명성을 얻은 황보 국장을 제외하면 국가대표로서 큰 명성을 남기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주름잡고 있는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이용수 위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주도했다.

이런 전통을 가진 서울체고 축구부가 내년에 해체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모 지도자가 동문과 다툼을 벌이면서 금품 비리가 드러나 구속된 게 직접적인 계기. 서울체고가 비인기종목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특수목적고라는 점도 축구부 해체 결정을 쉽게 했다. 육상 체조 레슬링 등 비인기 개인종목을 주로 육성하는 서울체고에서 축구부는 ‘별세계’로 치부돼 왔다. 돈을 걷어 버스를 별도로 구입해 사용하고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학교 방침에 따르기보다는 지나치게 훈련 및 대회 출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계원 감독을 포함한 선수들은 축구부 존속을 가슴속으로 빌며 한 해를 보냈다. 서울체고는 올해 신입생을 뽑지 못해 2, 3학년 14명으로 운영했지만 고등부 서울 북부리그에서 5위에 올라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22일 열린 64강전에서 프로축구 전북 현대 산하 전주 영생고를 2-1로 꺾었다. 23일 32강전에서 수원 삼성 산하의 매탄고에 0-1로 져 탈락했지만 비리 파문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4년 창단한 서울체고 축구부는 1987년 비인기 개인종목 육성이라는 당초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해체됐지만 동문들이 중심이 돼 ‘영광 재현’이란 명분을 앞세워 1998년 재창단됐다. 동문을 포함한 축구인들은 “어렵게 재창단한 만큼 축구 발전이란 대의를 위해 지도자 비리는 엄단하더라도 축구부는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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