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점심 20분만에 뚝딱’ 加 車공장도 다시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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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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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캐나다 잉거솔 시의 GM 카미 공장. 오후 1시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근로자들이 하나 둘 간이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생산라인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의 테이블에는 근로자들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들은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웠다. 20분 뒤 작업 벨이 울리자 근로자들은 바쁘게 라인으로 돌아갔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퀴녹스’를 실은 컨베이어 벨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노조가 극도로 경계하는 혼류 생산(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이 동시에 생산되는 것)도 이곳에선 일상이었다. 생산효율을 높이려고 동선(動線)을 최소화하다 보니 개별 조립라인 사이의 간격도 우리보다 훨씬 좁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국의 자동차담당 기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라면 당장 노조가 ‘노동력 착취’라며 들고 일어설 것이 뻔한데 현장의 공장 책임자는 “빠듯한 점심시간이나 혼류 생산방식, 비좁은 작업공간을 들어 노조가 항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약간은 살풍경한 이런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은 캐나다의 엄혹한 경기상황과 관련이 있다.

캐나다에는 완성차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지만 자동차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이른다. 미국과 가까운 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경제권이 묶여 있어 오래전부터 오대호 주변 토론토 등지에서 미국 ‘빅3’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크게 융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재정위기 여파로 캐나다 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미 공장 부근에 있는 포드 세인트토머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실업자가 생겼다. 주로 대형 세단을 만들던 이 공장은 경기 악화로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지는 대형차 수요가 급감해 결국 폐쇄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 나라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자동차부품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완성차 공장에 들어가는 부품들의 수입관세를 2015년까지 아예 없앨 계획이다. 캐나다 런던 시는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로드쇼에 나서 삼성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판에 근로자들이라고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모습을 카미 공장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미국과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태평양 건너 캐나다 경제계의 움직임도 우리에게 남의 얘기일 수만은 없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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