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오징어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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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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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에 오징어가 없다니?’

직장인 한모 씨(29)는 지난달 지방 출장길에 서해안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휴게소 간식의 대명사인 오징어를 사려는 그에게 점원이 “요즘은 공급에 차질이 생겨 오징어를 안 판다”고 했기 때문이죠.

오징어 동향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한 씨뿐만이 아닙니다. 주부 은모 씨(56)는 “지난해엔 한 마리에 2000원 하던 오징어가 올해는 3000원을 훌쩍 넘는다”며 “요새는 슈퍼에서도 오징어를 잘 안 갖다 놓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요즘 오징어는 가히 ‘금징어’라 부를 만합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3일 현재 오징어(생물 중품·1kg 기준) 값은 평균 5033원으로 평년(3031원)보다 66%나 올랐습니다. 버터구이 오징어 등 조미오징어 값도 그만큼 올랐죠. 강원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 이기섭 상무는 “요즘 오징어 값이 워낙 뛰다 보니 원료비가 많이 든다”며 “그만큼 판매가 줄어 매출 타격이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것은 최근 3년간 오징어 어획이 유례없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공급되는 오징어는 크게 8∼12월 잡히는 국내산과 11월∼이듬해 4월 남대서양에 있는 포클랜드 제도 일대에서 잡히는 외국산으로 나뉘는데,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징어 어획이 거의 안되고 있다는 것이죠. 방기혁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관은 “2000년만 해도 국내에는 연간 40만 t이 넘는 오징어가 공급됐지만 지난해에는 22만4000t 수준으로 줄어 반 토막이 났다”며 “‘기후변화’와 ‘중국효과’가 어획 급감의 원인인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우선 바다 수온이 갈수록 낮아지는 게 문제입니다. 이는 ‘라니냐’(평년보다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계속되는 것) 때문인데,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라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이동과 생존이 타격을 받습니다. 또 중국에 수출하려고 새끼 오징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것이 오징어의 씨를 말렸다는 지적입니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튀김을 많이 먹기 때문에 뼈가 없는 오징어, 그중에서도 작은 크기의 오징어를 매우 좋아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이런 오징어를 수만 t씩 수출하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훼손됐을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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