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웹 글쓰기 바꾼 워드프레스 8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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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보다는 ‘진입 장벽’이 그 차이를 만듭니다.

값비싼 카메라와 그 못잖게 비싼 필름값, 맘에 드는 출력물을 뽑아내기 위해 필요한 암실(暗室)…. 전문 사진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드는 진입 장벽은 이런 초기 투자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은 이제 많은 아마추어를 새로운 전문가로 만들어 놓았죠.

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가장 성공한 가수 가운데 한 명인 저스틴 비버는 유튜브에 노래하는 모습을 한 번 올렸다가 세계적인 스타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가수가 되려면 오디션을 보거나, 유명 음반사에 발탁돼야 했지만 이런 진입 장벽을 유튜브가 무너뜨린 겁니다.

언론도 그렇습니다. 27일이면 워드프레스라는 콘텐츠 제작 도구가 세상에 나온 지 8년이 됩니다. ‘디카’와 저스틴 비버는 익숙하겠지만 워드프레스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언론의 진입 장벽을 낮췄습니다.

글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과거에는 하루에 수백만 부의 신문을 찍어낼 수 있는 강력한 인쇄시설과 이를 전국에 배달할 수 있는 배달망을 갖춰야 했습니다. 디자이너도 필수적이었죠. 워드프레스는 이 모든 걸 대체했습니다. 잘 짜인 틀을 이용해 비전문가도 전문 웹디자이너가 제작한 듯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자신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게 한 거죠.

처음 등장했을 때의 워드프레스는 수많은 블로그 제작도구에 불과해 보였지만 기능이 늘어나면서 디자인을 쉽게 변경할 수 있고 전문적인 콘텐츠 관리도 가능해져 사용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W3테크라는 인터넷 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웹사이트 100만 개 가운데 14%가 워드프레스를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약 4000만 달러(약 440억 원)에 인수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유명 언론사도 워드프레스를 이용해 서비스의 일부를 만들고 있죠. 동아일보도 ‘저널로그’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워드프레스로 만들어 운영합니다.

이렇게 널리 사용되는 도구지만 워드프레스의 사용료는 무료입니다. 워드프레스를 만든 프로그래머 맷 멀렌웨그는 “워드프레스 자체도 무료로 공개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용료는 받지 않겠다”며 “이 도구가 많은 이의 사업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멋진 일”이라고 말합니다.

워드프레스는 일반 블로그보다 사용법은 다소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도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전문 뉴스사이트 수준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웹사이트를 만들 기술도 없고, 디자인 능력도 없던 사람들에게 워드프레스는 고마운 도구인 셈입니다. 여덟 살이 된 워드프레스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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