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금감원도 ‘금융시장 브리핑’… 한은과 힘겨루기 2R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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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권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전개되던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23일 오전 금감원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금감원이 이 같은 내용으로 브리핑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매주 정례적으로 브리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은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은이 매달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전날 ‘금융시장동향’을 내놓고 있는데, 굳이 금감원이 비슷한 내용을 발표하는 속내가 뭐냐는 겁니다. 거시건전성 감독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은을 견제하면서, 거시경제와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예방적 감독방향을 설정하는 금감원의 임무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인 것이지요. 이에 대해 김영린 금감원 거시감독국장은 “우리 나름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한은도 보고서를 통해 조용히 응수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4월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거시건전성 논의 추이와 과제’ 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중앙은행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구축한다면 특정기관이 이를 전담하기보다는 다수의 기관이 협업하는 체계가 고려될 수 있다”며 한은이 조사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과 한은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습니다. 9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감독권을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고 말했고 13일 김중수 한은 총재는 “전 세계 중앙은행 중 감독기능이 없는 나라는 한국 일본 캐나다뿐”이라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총리실 주도 민간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면서 금융당국은 입장을 개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은도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까 우려하면서 말을 아끼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기관 다 속에 품은 말을 대놓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겠느냐”며 “논리적 대응을 통해 가급적 드러나지 않게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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