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기자의 숲 속 요리 이야기]<3>죽순과 두릅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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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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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나른한 심신을 깨워주는 진한 향기

죽순밥(왼쪽)과 두릅베이컨말이(오른쪽)
죽순밥(왼쪽)과 두릅베이컨말이(오른쪽)
죽순과 두릅
죽순과 두릅
‘아름다운 것일수록 그 머무름이 짧아 더욱 그립고 아쉽게 하나 보다.’(법정 스님의 산문선집 ‘맑고 향기롭게’ 중에서)

열반한 법정 스님은 2006년 늦은 봄날,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산벚꽃을 이렇게 아쉬워했다.

봄에 나는 두릅과 죽순도 그 머무름이 짧다.

참두릅(자연산)은 1년에 4, 5월에만 만날 수 있다. 죽순(竹筍) 중 생죽순은 5∼6월에만 볼 수 있다. 만나는 인연이 짧아서일까, 그 맛과 향은 더욱 진하다.

죽순

봄비 내린 다음 날 대밭에 보이지 않던 어린 순이 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솟아 나온 지 10일쯤 돼야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죽순에 ‘열흘’을 뜻하는 ‘순(筍)’자를 넣었나 보다.

전남 담양의 죽순은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하늘을 가리며 빽빽이 솟아오른 대나무 숲에 요즘 죽순이 솟아나고 있다.

죽순은 밋밋한 맛이지만 씹다 보면 감칠맛 난다. 죽순 맛을 알 정도면 뛰어난 미식가다.

불면증 해소, 장 활동 촉진, 변비 예방에 좋다고 한방에서 얘기한다.

죽순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맹종죽, 분죽, 왕죽이다.

맹종죽(孟宗竹)이란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맹종’이라는 중국 사람이 엄동설한에 어머니 병을 고치기 위해 뜨거운 물로 대나무 밭 눈을 녹여 죽순을 돋아나게 했단다. 그래서 죽순을 효의 상징으로 여긴다. 맛이 덜해 천대받는다.

분죽(粉竹)은 5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나오는 재래종으로 가장 아삭거리고 맛도 좋다.

왕죽은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채취하는데 역시 재래종이다. 요즘 울산시는 태화강 하류의 왕죽이 무분별하게 채취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단까지 운영한다.

재래시장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생죽순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산지에 전화 등으로 택배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제철이 아닌 때에는 통조림을 사용한다.

죽순밥은 별미요, 쇠고기와 함께 한 찜은 고급이고, 숙취 해소에는 죽순계란탕이 좋다. 그중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죽순밥이다.

두릅

‘산채의 왕자’라 불리는 두릅은 ‘목두채(木頭菜)’다. 묘하게도 나뭇가지 끝에 잎을 오므린 통째로 매달려 있다. ‘목두채사록두용(木頭菜似鹿頭茸)’이라. 마치 사슴 뿔 같다. 단백질과 지방,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니 녹용 못지않다. 식탁에 초록의 데친 두릅만 올려놓아도 풍성하다.

자연산은 ‘참두릅’, 비닐하우스에서 나는 재배두릅은 ‘땅두릅’이라 부른다.

엄나무의 순은 개두릅이다. 참두릅은 잎이 모여 있는 반면 개두릅은 잎이 벌어진다.

‘해동죽지’에서는 경기 용문산 두릅이 최고라 적혀 있다.

1959년 10월 23일자 동아일보는 ‘우주선’이란 칼럼에서 당시 유엔총회에 파견된 순회대사 김활란 박사가 각국 대표에게 한국요리를 제공하는 ‘요리외교’를 펼쳐 성공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요리 중 ‘용문산 두릅김치’를 으뜸이라 했다.

요리 중 대표적인 게 두릅회다. 말 그대로 소금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기진 기자
이기진 기자
두릅베이컨말이, 안주로 제격인 두릅적과 두릅새우무침도 명품 메뉴다.

산림조합 임산물장터(www.sanrim.com) 등에서 참두릅은 1kg(35∼40개)에 2만4000원 선이다. 재래시장에서 조금씩 구입할 수도 있다. 요리하고 남은 것은 신문지에 싸서 냉장보관하며, 씻은 것은 소금물에 데친 뒤 물기를 제거하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이기진 기자 한식 중식 양식 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이렇게 만들어요::
① 죽순밥

조리법이 간단하면서도 맛은 별미다. 가격은 생죽순 1kg에 7000원, 통조림은 400g에 2500원 선이다.

1 생죽순은 반으로 갈라 껍질을 벗긴 뒤 쌀뜨물로 20분쯤 삶는다. 통조림 죽순은 30분 정도 찬물에 담가 사용한다.
2 죽순을 머리빗 모양으로 두께 0.3cm, 2×4cm크기로 자른다.
3 불린 쌀에 손바닥만 한 다시마 1쪽, 진간장 2숟가락, 맛술·청주 각 1숟가락(4인분 기준)을 넣고 죽순과 함께 밥을 지어내면 끝이다. 가다랑어포, 완두, 버섯을 넣기도 한다. 색깔이 노르스름하고 죽향(竹香)이 밥알 속에 배어 있다. 갖은 양념(간장, 참기름, 파 마늘 다진 것, 통깨, 고추장 등)에 비벼 먹어도 좋다.
② 두릅베이컨말이

두릅은 거의 소금물에 데쳐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알맞게 데치는 것. 덜 데치면 쓴맛이 나고, 많이 데치면 향과 맛이 사라진다. 하얀 거품이 날 때 바로 건져 찬물에 헹구면 된다. 베이컨말이는 몸에 좋고, 만들기 쉽고, 보기에도 좋다. 두릅을 꺼리는 어린 자녀들도 베이컨 때문에 속아 넘어간다.

1 검지만 한 두릅은 데쳐 베이컨으로 돌돌 만다.
2 끝부분은 밀가루를 바르거나 이쑤시개로 꽂아 풀리지 않도록 한다.
3 이후 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끝이다. 두릅이 길면 접어서 베이컨으로 만다.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취향에 따라 마늘채나 실파를 함께 말아도 좋다. 쇠고기나 햄으로 번갈아 꼬치로 만든 뒤 부침가루를 무쳐 팬으로 구워낸 두릅적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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