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작은 성공에 자만… 독불장군식 투자땐 큰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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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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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교만은 손해를 낳고 겸손은 이익을 부른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어느 화창한 봄날 중국 오(吳)나라 왕이 신하들과 배를 타고 봄놀이를 하러 나갔다. 강을 거슬러 한참 가다 보니 경치가 아주 수려한 산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었다. 배가 다가가자 떼 지어 놀던 원숭이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한 마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원숭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뛰어다니며 재주를 뽐냈다. 왕이 그 원숭이를 향해 화살 몇 개를 쏘자 원숭이는 그 화살을 재빠르게 받아 들고 자랑스러워했다. 왕은 “내가 정통으로 쏘지 않았더니 그걸 받아 들고 교만하게 구는구나”라며 다시 정조준을 하고 화살을 쏴 원숭이를 죽였다. 왕은 평소 교만하게 굴던 친구 안불의에게 “저 원숭이는 자기 재주만 믿고 교만하게 굴다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니 자네 역시 교만한 태도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안불의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오나라 왕을 도와 많은 업적을 남겼다.

주식투자를 하다 몇 차례 제법 큰 수익을 내면 큰 자신감을 갖게 된다.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하거나 교만해진다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증권회사에 입사한 지 2, 3년 정도 지난 증권사 직원이나 주식투자에 입문한 지 4, 5년이 된 투자자가 이런 자만에 빠지기 쉽다.

이들은 마치 자신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훤히 꿰뚫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다. 특히 주식시장이 큰 호황을 보일 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해 상승국면만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투자에 실패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성공한 것만 기억하고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성공 사례를 마치 무용담처럼 떠벌린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주변의 동료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준다며 ‘이 주식을 사라, 저 주식을 팔아라’ 하며 큰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늘 자신의 예측이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없이 올라가기만 할 것 같던 주가가 어느 순간 매도 물량만 쌓이다 곤두박질하기도 하고 ‘지금이 적기다’ 하고 주식을 팔았는데 이후부터 오히려 더 큰 시세를 내는 것이 주식시장의 흐름이다. 몇 번의 투자 성공을 갖고 마치 주가에 도통한 양 교만해지고 자만심을 키우면 곧 주식시세의 무서움을 맛보게 된다.

주식투자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산을 오르기 전 등산로 입구에 서서 보면 길도 비교적 넓고 경사도 완만해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방심을 하기 쉽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길도 험해지고 간혹 낭떠러지도 만난다. 또 날씨마저 변동이 심해져 갑자기 비가 오거나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초보 등산객은 산을 쉽게 생각하고 방심했다가 조난을 당하기도 한다. 반면 노련한 등산객은 처음에는 다소 거추장스러울지 몰라도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산에 오른다.

높은 산이 등산 코스나 날씨가 변화무쌍한 것처럼 주식시장도 늘 변화가 많다. 연이은 몇 번의 성공으로 자만한 투자자는 주식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채 시장을 전망할 때 유연성을 잃어버리는 때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시각이 옳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결국 시장이 틀렸고 자신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 큰 손실을 입는 일이 허다하다.

한편 겸손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갖기 마련이다. 시장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시장에 빨리 적응하려고 한다. 즉 다소 늦은 감이 있더라도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으로 갈아타거나 필요하다면 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 종목들을 재빠르게 팔아 손실을 줄인다.

명심보감에는 ‘만초손 겸수익(滿招損謙受益)’이라는 말이 있다. ‘교만한 것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한 것은 이익을 부른다’는 뜻이다. 활황 속의 차별화 장세에 투자자들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말이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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