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미래로… 2011 대학 탐방]홍익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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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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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공학+법학… 글로벌 지식산업 이끈다

홍익대는 방학 중 세계 15개국에 매년 300여 명 규모로 홍익 국제사회봉사단을 파견한다. 파견되는 학생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뒤 현지에서 꼭 필요한 봉사에 참여하게 되며 국제봉사에 참가하면 학점도 받을 수 있다. 홍익대 제공
홍익대는 방학 중 세계 15개국에 매년 300여 명 규모로 홍익 국제사회봉사단을 파견한다. 파견되는 학생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뒤 현지에서 꼭 필요한 봉사에 참여하게 되며 국제봉사에 참가하면 학점도 받을 수 있다. 홍익대 제공
《 2006년 미국 유력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아시아·유럽권 최우수 디자인 대학’으로 최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디자인 특성화 사업’을 진행해온 홍익대를 선정했다. 미술 디자인 분야의 ‘전통 강호’ 홍익대의 역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한 것. 홍익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예술 디자인에 기술과 인문학 법학 등을 융합시켜 지식문화산업의 선도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 ‘협동과 융합’

홍익대가 가장 먼저 학문 간 융합을 실천하고 있는 분야는 공학과 디자인이다. 2005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디자인학부(산업디자인전공)가 국제 산학협력지원프로그램(PACE)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2300여억 원어치를 기증받았다. 3년 늦게 PACE에 선정된 독일 아헨공대와는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개발’,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디자인’ 과목을 공동으로 개설했다. 이 수업을 듣는 두 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을 통해 수업을 듣고 회의를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제품개발 수업을 듣는 양국 학생들이 PACE 포럼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임현준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강의 내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특허청의 지원을 받아 일반대학원에 지식재산학 석사과정(MIP)을 학과 간 협동 과정으로 신설했다. 법과대를 중심으로 공대 경영대 건축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강의를 개설해 지식재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통합 교육을 한다. 이 과정에 다니는 모든 학생은 등록금의 40% 이상을 장학금으로 받고 있으며 미국 인디애나대 서퍽대 등의 로스쿨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어 각 대학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MIP 학위와 해당 대학의 로스쿨 학위를 동시에 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 배움도 세계로, 봉사도 세계로


홍익대는 종합대학도 외국에 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는 관계법령이 정비되는 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캠퍼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우수한 교민 학생을 유치하는 동시에 한국 재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하거나 사설 기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싼 비용으로 이 캠퍼스를 이용해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학 등록금 정도의 비용만 내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학교 측은 또 “디자인과 예술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현지 사회에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학 중에는 세계 각국으로 ‘홍익 국제사회봉사단’을 파견한다. 매년 약 15개국에 300여 명의 봉사 인력을 보내고 있다. 봉사 기간을 전후해 모든 참가자는 수차례 회의를 거쳐 도로 시설 보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봉사부터 현지인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생활환경 개선 등을 도와주는 문화 봉사까지 다양한 형태의 봉사 활동을 펼친다. 홍익대는 이 같은 국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학점을 딸 수 있는 학사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학 이념인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대학 최초로 2002년부터 매년 130여 명을 유럽과 동남아에 각각 파견해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익대가 대학로에 건립 중인 홍익대 디자인센터 조감도. 올해 말 완공되는 이 건물에는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서울디자인센터 디자인혁신센터 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 등 디자인 분야 산학협력시설뿐만 아니라 공연시설도 들어선다.
홍익대가 대학로에 건립 중인 홍익대 디자인센터 조감도. 올해 말 완공되는 이 건물에는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서울디자인센터 디자인혁신센터 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 등 디자인 분야 산학협력시설뿐만 아니라 공연시설도 들어선다.
홍익대는 또 센다이(仙臺)와 후쿠시마(福島) 지역에서 온 일본인 교수 2명과 이바라키(茨城) 현 등에 주소를 둔 학생 1명을 위로하기 위해 17일부터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홍익대 측은 “일본에 있는 가족이 대피소에 피신해 있거나 아예 가족과 연락이 끊기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돼 이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교육 인프라도 확충


국내 교육공간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올해 말 대학로에 ‘홍익대 디자인센터’ 건물이 완공되면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서울디자인센터 디자인혁신센터 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 등이 함께 들어서 디자인 분야의 산학협력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캠퍼스에는 최근 실험실과 기숙사 학생자치시설이 추가로 들어설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조치원 캠퍼스에 제2체육관을 완공했다.

장학금 역시 꾸준히 늘리고 있다. 수업료 전액 면제와 1년에 1000만 원씩의 학업지원 장려금을 지급하는 입학성적우수장학금, 재해장학금, 봉사활동장학금 등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등록금의 약 24%를 전체 학생 중 70%에게 되돌려주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액수로는 연간 350억 원에 해당한다.

홍익대 측은 “지난해 미술대학 신입생 중 일부를 무실기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것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학교의 의지”라며 “앞으로 이 같은 정신을 모든 학문 분야로 확산해 외국의 유학생들도 찾아올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대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대 無실기전형 실험… 창의적 인재 몰려 성공 ▼
일반계도 입학사정관제 확대


2010학년도 입시 때부터 일부 인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홍익대는 최근 해당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 고무됐다. 무실기 전형 입학생들의 성적이 대부분 상위권을 기록한 데다 교수들도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성취욕이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병훈 미대 학장은 “전형 당시 성취욕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자고 교수들과 얘기했는데 적중했다”며 “실기시험을 거친 학생들보다 표현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창의력에서는 오히려 돋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학사정관제는 홍익대의 실험이었다. 실패할 경우 ‘미술대학 최상위권’이라는 학교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위험한 실험’을 강행했다. 장영태 총장은 “미술대학에서 실기전형 반영 비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한국의 미술대학은 사교육 없이는 입학할 수 없는 학교가 됐다”며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명문 미술대학인 홍익대가 먼저 새로운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는 2012학년도 미술계열 모집 때 입학사정관제(무실기) 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를 정원의 50%로, 2013학년도에는 미술계열 신입생 전원을 무실기 전형으로 각각 선발할 예정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미술계열 외에도 면접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 자율전공 입학사정관제 전형 합격생 역시 일반 전형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 줬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평가해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전형을 계속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장영태 홍익대 총장 “미술 강한 대학에서 예술 강한 대학으로”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학문 간 융합과 국제화를 통해 글로벌 명문대로 도약하겠습니다.”

장영태 홍익대 총장(사진)은 2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한 분야가 홀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상승(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융합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복합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 총장이 특히 염두에 두고 있는 복합교육 방안은 디자인과 다른 학문의 융합이다. 그는 “현대사회는 디자인과 기술, 콘텐츠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뒤처지는 사회”라며 “전통적으로 강했던 홍익대의 디자인 실력과 다른 학문을 잘 융합하면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융합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으로 장 총장은 ‘협동할 줄 아는 사람’을 꼽았다. 그는 “변화 속도도 빠르고 계속해서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리 창의적이고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따라서 학생들도 도서관에서 혼자 책과 씨름할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협동정신을 키우기 위해 도서관에 세미나실과 프레젠테이션 룸 등을 확충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등 교육 인프라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장 총장은 설명했다.

장 총장의 융합교육은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그는 “현재 세계 69개 대학과 맺은 자매결연은 미술, 디자인 학문에 치우친 감이 있다”며 “앞으로 이 대학들과의 교류를 다른 전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술에 강한 대학’이라는 특징을 더욱 넓혀 ‘예술에 강한 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말 대학로(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디자인 관련 대학원과 공연동 건물이 완공되면 공연과 연극, 영화 분야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학과를 신설해 ‘종합예술’ 분야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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