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과거 분석’에 얽매이지 말고 새 시각서 시장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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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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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말이 있다. 악필이라도 과거를 꼼꼼히 기록하고 곱씹는 것이 총명한 머리만으로 기억하고 유추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연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가 2,000∼2,100 선을 등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전략을 세우곤 한다. 2007년 2,000 이후 주가 움직임이 어땠는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에 비해 어떤지 등을 비교해 미래를 전망하는 식이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증시 역시 과거 사례를 다른 형태로 반복하지만 과거에 대한 분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지금처럼 증시가 구조적 변화를 거치는 과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일본 경기침체 등으로 선진국 증시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은 코스피가 20% 이상 상승했고 PER도 과거 10년간 평균의 10배에 근접했다. 올해도 재차 상승하며 2,100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뉴스도 많다. 중국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유럽은 부채 축소와 경기부양이라는 딜레마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안으로는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고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둔필승총, 과거에 비춰 보면 지금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과거 분석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업종의 2007년 수주 물량 779억 달러와 2010년 400억 달러를 비교하면 조선주 주가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등 다양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뤘다.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조선주 주가 상승을 누리지 못했을지 모른다.

국내 증시에서 과거에 대한 반추를 뛰어넘어 새롭게 고려해야 할 요인은 바로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먼 이웃들이 우리를 먼저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됐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이웃들이 국내 증시를 새롭게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법인에서 한국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편입했고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 역시 한국 주식을 편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 증시가 신흥국 변두리 시장에서 투자 가능한 중요한 시장으로 격상된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둔필승총의 정신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과거를 잊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국 증시의 위상이 변하고 있고 국내 기업도 과거와는 다른 구도에서 선전하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운용총괄 상무(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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