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프로농구 두달 만의 승리 꼴찌 우리銀의 새해 희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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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정태균 감독(52)은 지난해 12월 30일 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숙소에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은행은 1승 15패로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연말을 맞아 들뜬 분위기를 즐길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래도 정 감독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접 화장품, 인형 등 선물을 장만해 사다리타기로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난날은 훌훌 털어버리자. 남은 19경기에서는 우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 감독의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가 바뀌어 우리은행은 2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65-61로 이겨 10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1월 1일 KDB생명을 꺾은 뒤 62일 만에 맛보는 승리였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 후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서로 얼싸안았다.

우리은행은 개막 전부터 약체로 꼽혔다. 리그 득점왕 출신 김계령은 신세계로 이적했다. 어린 선수들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전력 공백이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간판슈터 김은혜마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악재가 겹치며 두 달 넘게 패배를 거듭하자 정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갔다. 정 감독은 1990년대 후반 농구 명가 삼성생명의 지휘봉을 잡고 3차례 정상에 올랐다. 이기는 데 익숙했기에 눈앞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트레스로 극심한 치통에 시달려 시즌 끝나면 바로 임플란트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유일한 제물이 된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나산에서 뛰던 1999년 32연패에 빠져 있던 오리온스와 맞붙은 적이 있다. 나산은 동양에 패해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연패 기록도 끝났다. 김 감독은 “연패에 빠진 감독의 마음고생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은행도 이젠 달라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태균 감독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꼴찌 우리은행은 새해를 맞아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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