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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4부]<3>정부-학계-업계 좌담

입력 2010-12-24 03:00업데이트 2010-12-2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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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열풍에 행복했던 한해… 이젠 제2의 도약 필요”
22일 정부과천청사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정부와 학계,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여 막걸리 시장 발전방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범국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경기호 청주주조 대표 겸 한국막걸리진흥협회 부회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 한 해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 시장을 돌이켜 보고, 막걸리의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하기 위해 정부, 학계,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2일 정부과천청사 농림수산식품부에 모인 곽범국 농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경기호 청주주조 대표 겸 한국막걸리진흥협회 부회장은 “올해는 막걸리 시장이 전례 없이 행복했던 시기였다. 최근 흐름을 이어가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막걸리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올해 막걸리 시장을 되돌아본다면….

▽허시명 교장=이제 막걸리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 문화코드가 됐다. 단적으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막걸리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삼성그룹에서 그룹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도 있다. 과거 최고경영자(CEO)들이 와인을 배우듯이 막걸리를 알려고 하더라. 이제 막걸리는 ‘과거의 술’이 아니라 2010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흐름이 됐다.

▽곽범국 정책관=수치로 봐도 그렇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이 628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1900만 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막걸리 시장의 ‘제2의 도약’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호 부회장=지금까지 막걸리 업체를 운영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알아서 공장까지 찾아온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막걸리 업체들 사이에서도 올해와 같은 열풍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막걸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생산자들이 모임을 만든 한국막걸리진흥협회가 그것이다. 물론 어두운 측면도 있다. 대형 업체들은 매출도 늘어나고 막걸리 열풍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수많은 작은 양조장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극화 문제, 대기업 참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경 부회장=시장이 커지고 막걸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과거에는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짧아서 서울의 대형업체가 지방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유통기한이 길어지면서 이제 지방의 구멍가게에도 서울 대형업체의 막걸리가 들어왔다.

▽허 교장=지방의 소규모 양조장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소규모 양조장을 살리는 것은 막걸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막걸리 문화를 지켜내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전략적인 지원이 없다면 단적으로 막걸리 시장은 대자본의 노름판밖에 안 된다. 막걸리의 고급화와 함께 다양성 측면에도 정책과 예산이 투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 정책관=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측면에는 동의하지만 시장은 수요자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무작정 소규모 양조장을 지원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일단 정부에서 할 일은 막걸리 고급화를 유도하고, 시장을 더 키우는 데 있다고 본다.

▽경 부회장=대기업 참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막걸리 업체에도 ‘상생(相生)’이 필요하다. 작은 업체도 함께 가자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막걸리 맛이 사라진다. 나중에 그걸 살리려고 한다면 되겠나.

―막걸리 수출에 대한 시각은….

▽경 부회장=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너도 나도 무작정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바이어가 막걸리 업체에 접근해 시장개척 비용으로 얼마를 받아 챙긴 뒤 또 다른 업체를 접촉해 똑같은 행태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협회에서도 악덕 바이어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으로 과다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곽 정책관=수출과 관련해 6월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해외 마케팅을 위한 수출협의체를 구성했다. 해외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른다면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허 교장=막걸리는 업체의 품질향상 노력, 정부 지원,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올라섰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술에 이렇게 많은 지지를 보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아주 행복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막걸리를 지속적으로 즐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즐기는 자가 진정한 주인이다.

▽곽 정책관=정부에서 막걸리 품질인증제를 도입한 것도 막걸리 열풍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증을 통해 소비자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잘 운영되도록 정부에서도 세심히 관리하겠다.

▽경 부회장=우선 업체를 대표해 소비자들에게, 국민들에게 정말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좋기도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서는 위기감도 있다. ‘막걸리 열풍이 부는 지금 시점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위기감이다. 그래서 협회도 자발적으로 결성했고, 우리 쌀 사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 좋은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업체들도 부단히 노력하겠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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