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신한금융투자 곽근호-정연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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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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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출입증 없던 인턴시절… 로비에서 밤 새워도 즐거웠다

대학생 인턴십을 거쳐 지난해 12월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한 곽근호 평택지점 주임(왼쪽)과 정연하 M&A부 주임은 “인턴 과정에서는 성실한 태도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학생 인턴십을 거쳐 지난해 12월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한 곽근호 평택지점 주임(왼쪽)과 정연하 M&A부 주임은 “인턴 과정에서는 성실한 태도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여름 신한금융투자의 경기 평택지점. 아침마다 개점을 앞두고 시황을 전망하고 투자추천 종목을 분석하는 영업회의가 열렸다. 대학생 인턴사원으로 배치된 곽근호 씨(28)도 나름대로 시황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추천할 종목까지 골라 발표에 나섰다. 곽 씨의 보고서엔 주식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분석까지 곁들여 있었다. 인턴답지 않은 논리적인 전개와 자신감 있는 말투는 선배들을 사로잡았다. 지점 직원들은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시각이 여느 인턴과 달랐다”고 떠올렸다.

2008년 여름의 어느 새벽. 불이 꺼진 신한금융투자 본사 1층 로비에는 노트북을 켜놓고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인수합병(M&A)부에서 인턴근무 일정을 끝내고 마지막 주 본사 교육훈련(OJT)을 받던 인턴사원 정연하 씨(27)였다. 비록 현업부서 업무는 끝났지만 M&A부 선배가 지시한 보고서 분석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고 싶어서 야근을 자청했다. 정 씨는 낮에는 OJT를 받고 밤엔 혼자 남아 분석업무를 해 나갔다. 사원증이 없는 인턴이라 밤늦게 사무실 출입을 할 수 없어 그렇게 로비에서 밤을 새웠다.

이런 두 사람은 결국 ‘인턴 딱지’를 떼고 지난해 12월 신한금융투자의 신입사원이 됐다. 곽 씨는 지금 인턴을 했던 평택지점의 주임으로 고객을 만나고 있고 정 씨는 M&A부 M&A팀에서 리서치업무를 맡고 있다.

○ 실전 경험 많은 ‘준비된 인재’

곽 씨는 아주대 경영학부에 입학하자마자 투자동아리 ‘아피아(AFIA)’에 가입했다. 입학 전부터 ‘반복은 되지만 항상 다르고, 정답이 없는’ 금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피아는 학생들이 직접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뒤 배당을 하는, 뮤추얼펀드로 운영되는 최초의 대학 투자동아리. 곽 씨는 이곳에서 금융에 대한 이론뿐만 아니라 실전감각을 익혔다. 주식 매매 트레이딩은 기본이고 매주 선후배들과 시황 및 경기를 분석하고 기업 탐방을 직접하며 기업과 투자종목을 분석했다.

2007년엔 동아리 회장까지 맡아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굴리며 시장보다 20%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동시에 증권투자상담가, 일임투자·집합투자자산운용사, 개인재무설계사(AFPK) 자격증까지 손에 넣었다. 곽 씨는 “투자동아리를 하면서 리테일영업에 매료됐다”며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이런 실전 경험을 강조하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재’임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인턴 과정에서 곽 씨를 더 돋보이게 한 것은 이런 능력보다 성실한 태도였다. 항상 다른 직원보다 앞서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기본적인 업무를 미리 해놓았다. 지점장과 부지점장, 차장이 법인영업을 나갈 때마다 따라다니며 그들의 대화법과 손동작까지 눈에 담았다. 퇴근 이후에도 항상 선배들과 어울리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썼다. 매일 3시간씩 투자해 금융상품 조사나 시황, 종목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곽 씨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며 “적극성보다는 뭘 시켜도 해낼 수 있는 신뢰감으로 점수를 딴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직접 일 찾아 하는 ‘책임감 강한 인턴’

미국 버지니아대 경영학부인 매킨타이어스쿨을 졸업한 정 씨는 강의시간에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은행과 함께 차입인수(LBO) 시뮬레이션 실습을 하면서 ‘M&A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한국 대학생들처럼 ‘스펙 관리’에 신경 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는 그는 “자기소개서 같은 준비가 미비하더라도 인턴 과정에서 내가 가진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주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배치 받은 M&A부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여서 생각보다 인턴에게 주어지는 일이 많지 않았다. 선배들도 인턴을 세심하게 챙기기에는 너무 바빴다. 정 씨는 ‘스스로 내 일을 찾아서 하자’고 결심했다. 가만히 앉아 업무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선배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지며 ‘이 분석업무는 내가 하겠다’ ‘그 약속에 나를 데려가 달라’고 나섰다. 그는 “관심이 많던 M&A 분야였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에 맞춰 내가 할 일을 찾을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내가 하겠다고 나선 일은 기대치를 넘는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선배들이 믿고 맡기는 업무가 점점 늘어갔다.

이 후로 정 씨는 출근해서 수첩에 ‘스스로 찾아서 할 일’과 ‘선배가 시킨 일’을 분류해 다섯 가지씩 쓰는 일을 가장 먼저 했다. 수첩에 적힌 일을 모두 끝내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일이든 책임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인턴은 업무 성과나 전문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실함,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턴 과정은 조직이 나를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조직을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다”며 “나와 기업문화, 지원 분야가 잘 맞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평생 가족을 만든다

신한금융투자는 ‘평생 가족’을 미리 만난다는 마음으로 인턴을 뽑는다. 이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인턴의 인성과 친화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인턴 또한 마찬가지여야 한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팀원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인턴십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훨씬 더 값진 것을 얻어갈 것이다.

▽나쁜 예=자기소개서에 한 줄 넣기

뛰어난 학점과 영어점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도 남다른 열정과 각오를 밝힌 지원자. 하지만 막상 채용 뒤에는 ‘시간만 때우고 간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인턴이 있다. 소위 ‘스펙 만들기’용으로 지원한 사람이다. 이런 인턴은 인턴십을 진정 원하는 다른 사람의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다. 소중한 인턴 경험은 단순히 자기소개서의 경력사항으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목적인 채용으로 연결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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