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G20정상회의 서울 개최 어떤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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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장국 지위 이용 선진국-개도국간 가교 역할
‘코리아 이니셔티브’에 세계 주목… 국격 업그레이드

[Q] 요즘 신문을 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기사가 많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왜 중요한 행사인가요? 또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G20 정상회의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 나라의 모임입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같이 오랫동안 경제 강국의 지위를 누린 나라부터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처럼 비교적 최근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보인 나라까지 지역별 대표급 나라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G20은 192개 유엔 가입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앞선 20개 나라만의 모임”이라며 “G20은 지구촌의 ‘유지(有志) 그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2008년 11월이었습니다. 그해 9월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가 부도를 내면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20개 나라의 정상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모인 것입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제1차 G20 정상회의를 세계경제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소수 선진국만 모여서 국제사회의 미래를 논의한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8개국(G8) 체제 때보다 훨씬 많은 나라가 논의의 장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죠. 이는 북미와 유럽에 비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 경제권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회성 회의’가 되지 않고 지금까지 매년 두 차례씩 열리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국제기구 개혁 △글로벌 불균형 문제 △은행 건전성 △개발도상국 개발(개발이슈) △글로벌 금융안전망 △재정건전성 강화 같은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세계경제에서 G20 정상회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제5차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서울 G20 정상회의는 G7이나 G8 국가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첫 번째 G20 정상회의입니다.

하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는 ‘지리적 특성’ 외에도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뒤 비중이 커지고 있는 지속가능하고 균형된 성장에 대한 논의가 서울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결과와 새로운 은행 건전화 기준도 서울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지돼온 세계경제의 구조가 서울에서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도 서울 G20 정상회의의 큰 성과입니다. 한국은 의장국의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G20 정상회의에서 다루지 않았던 개발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같이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돕기 위한 의제들을 회의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비(非)G20 국가에도 G20 체제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나아가 이들이 G20 정상회의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기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이 개발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의제들이 향후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로 불리길 바라는 거죠. 한국이 주도해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는 규칙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고 의장국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가 주목할 만한 의제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우리 위상이 갑자기 올라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독립 후 지금까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냉정한 현실을 생각할 때 서울 G20 정상회의는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틀림없습니다.

세계의 시선이 서울로 집중될 11월 11일과 12일, 먼 훗날 세계사 교과서에 실릴 의미 있는 변화가 서울에서 발표될지 한번 지켜볼까요?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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