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1>우리쌀, 우리 막걸리 ‘상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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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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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경쟁력은 신토불이 원료”
술술 넘어가게 ‘우리쌀’로 빚기 붐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우직하게 우리 쌀을 고집해 온 김견식 대표의 뚝심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진정한 막걸리의 맛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강진=박영철 기자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우직하게 우리 쌀을 고집해 온 김견식 대표의 뚝심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진정한 막걸리의 맛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강진=박영철 기자
《50여 년 동안 막걸리를 빚어온 전남 강진군 ‘병영주조장’의 김견식 대표(73)는 10여 년 전부터 강진 지역의 농가에서 재배한 우리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다른 막걸리 업체들처럼 수입쌀 혹은 묵은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은 그가 원료를 바꾸게 된 것은 막걸리의 ‘맛’ 때문. 김 대표는 “좋은 원료를 써야 좋은 술이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몇십 년 동안 막걸리를 빚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며 “역시 우리 쌀보다 좋은 재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쌀과 막걸리, 상생의 길


병영주조장에서 만드는 ‘설성동동주’는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실시한 ‘막걸리 월드컵 16강’에 포함됐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빚는 양이 많지 않아 뒤늦게 전국적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해당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어왔다. 조선시대 병마절도사가 마셨다는 수인산의 맑은 물에 전통 햅쌀을 사용해 뛰어난 맛을 담아냈기 때문.

김 대표는 “온갖 재료로 빚어봤지만 역시 우리 물에 햅쌀로 만든 막걸리 맛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며 “10년 가까이 우직하게 우리쌀만을 사용한 노력이 이제야 서서히 빛을 보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가 우리쌀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농민들 때문. 김 대표는 “수입쌀을 사용하면 원료비를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지만 내가 이익을 좀 남기자고 수입쌀을 쓰기는 싫었다”며 “지역 소비자인 농민들과 서로 좋은 길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래 병영주조장은 하루에 80kg 쌀 1가마도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최근 인기를 끌면서 원료로 쓰는 쌀이 하루 8가마 정도로 크게 늘었다. 막걸리의 인기가 업체와 지역 농가 모두에 이익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시장도 ‘우리쌀 막걸리’로

포천 이동막걸리를 수입해 일본에 판매하는 김효섭 이동저팬 대표는 올해 초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4월부터 100% 경기미를 원료로 사용한 막걸리를 수입해 일본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

20년 전부터 막걸리의 일본 시장 공략을 이끌어 온 김 대표는 “일본 내 막걸리 시장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쌀의 우수성은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인지도를 막걸리에 접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예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까지 확보했다. 6월부터 일본에서 방영되는 TV 광고에선 ‘한국의 가장 우수한 쌀을 사용한 막걸리’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협약에 따라 올해 800t가량의 경기미가 막걸리 제조에 쓰일 것”이라며 “일본에서 막걸리의 인기가 많은 만큼 조만간 1000t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


이처럼 지난해부터 시작된 ‘막걸리 붐’은 올해 들어 ‘우리쌀 막걸리 붐’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막걸리 시장의 양대 강자로 꼽히는 국순당과 서울탁주가 올해부터 생막걸리의 재료를 우리쌀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우리쌀을 사용하면 향이 좋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경대 연구팀은 우리쌀을 사용한 막걸리에 숙취 원인 물질이 현격히 적고, 영지버섯과 비슷한 수준의 항암 성분이 담겨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도 ‘우리쌀 막걸리 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농식품부의 조사 결과 막걸리 업체가 사용하는 원료는 수입밀(58.4%), 수입쌀(23.8%), 우리쌀(13.6%), 기타(4.2%)의 순이었다. 농식품부는 “수입쌀을 사용하면 병당 150원 정도의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이라며 “과거 값싼 원료로 막걸리를 만들던 관행이 아직 남아있지만 올해부터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8월부터 도입되는 ‘막걸리 원산지표시제’가 우리쌀 막걸리 붐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표시제가 실시되면 우리쌀 막걸리에 대한 인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2008년 막걸리에 사용된 우리쌀은 3500t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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