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커피숍… 피자집… 인간의 얼굴을 한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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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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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꿈의 일터’ 실험… 위기론 불식 출발점 되길

오후 5시. 커피전문점에서는 일본어로 대화가 오가고 가게 바로 앞 운동장에서는 농구와 축구 경기가 한창입니다. 그 옆 피자집에는 전화 주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대학교 캠퍼스 애기가 아닙니다. 바로 삼성전자의 모습입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을 꿈의 일터로 만들겠다는 ‘나노 시티’ 선포식이 있었던 7일 삼성전자의 기흥, 화성, 수원사업장을 둘러봤습니다.

기흥사업장에서는 의외의 구조물에 눈길이 갔습니다. 골프연습장입니다. 1996년에 지어진 이 골프연습장은 지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사내 비리 사건들이 간혹 골프와 연관이 되는 경우가 있어 사측에서 골프를 장려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수년째 방치되다시피 한 이 골프연습장이 곧 헐리고 그곳에 체육문화 공간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나노 시티의 일환이죠. 골프 타석과 건물이 있던 곳은 각종 동호회 사무실로 쓰일 예정이고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던 공간에는 축구와 족구,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섭니다. 또 공원을 만들어 임직원과 가족들이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게끔 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인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겨봤습니다. TV 및 휴대전화 등과 관련된 연구시설이 있는 이곳에서도 전에 볼 수 없던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었습니다. 사업장의 중앙에 있는 ‘한가족프라자’ 건물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31, 도미노피자, 커피와 사람들 등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2월 말 장사를 시작했다니 한 달이 조금 넘었군요. 삼성전자 안에 이런 외부 브랜드숍이 들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오후 10시까지 25% 할인된 가격에 배달을 하는 도미노피자 직원은 “전화로 주문해놓고 산책 삼아 피자를 가지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사업장 안에 녹지가 많아져 봄기운을 느끼며 산책하기에 좋기 때문이라는군요.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삼성전자 임원은 “요즘 직원들 얼굴 표정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에 걸맞은 업무환경을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혁신은 별것 아닌 듯한 이런 작은 변화가 모여서 완성됩니다. 더욱 창의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삼성전자가 돼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위기론을 불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우 산업부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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