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팔면 오르고 상투에 또 사고… 단타투자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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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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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회복했다, 이제 손털자”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러시
나중 주가 오르면 다시 후회

펀드 환매 대란에 금융투자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5일 하루에만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5307억 원입니다. 고객들은 4월 들어 1조1928억 원을 빼내갔습니다.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 73조 원의 1.6%를 넘는 돈이 펀드에서 사라진 셈입니다.

그 원인은 2007년 종합주가지수가 1,700 선을 넘으면서 앞 다퉈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면서 대거 손을 털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투자문화는 못내 아쉽습니다.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컨설팅연구소장은 “외국의 펀드투자 기간은 짧아도 4, 5년이고 투자의 60%가 노후자금 목적의 장기투자”라며 “우리는 거치식은 1년, 적립식은 3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단타 투자 문화로는 ‘돈을 찾으면 꼭 오르고 상투에 다시 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이 환매했다가 나중에 주가지수가 2,000 이상으로 오르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며 “상승장에 뒤늦게 뛰어들고 이후에 장이 또 출렁이면 손실을 봤다고 땅을 치는 패턴은 투자 저변 확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렇다고 투자자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동안 원금 손실에 잠을 설치던 투자자들로서는 ‘원금 환수’라는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투자문화를 탓하기에 앞서 업계는 스스로의 원죄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3년 전 펀드 열풍이 불 때 펀드상품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펀드가 대세’라며 무작정 고객들을 끌어 모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묻지 마 투자’ 못지않게 ‘묻지 마 운용’ ‘묻지 마 판매’도 문제였습니다.

주가지수가 빠지면서 투자자들은 신음했지만 운용사와 판매사는 수수료와 보수를 꼬박꼬박 챙겨왔습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안 좋은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주식형펀드 환매를 유도하긴 힘들었다”며 “앞으로 고객과 이해관계를 함께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신뢰회복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 생애 자산관리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펀드가 장기투자의 좋은 수단이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교육과 인식 전환, 업계의 자정노력, 정부의 지원 등이 함께 필요합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지만 이번에 제대로 배우고 지나가야 우리의 투자문화가 한 차원 성숙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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