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남아공월드컵 방송사 단독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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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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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 간에 월드컵 본선 경기가 열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중 한 곳만 경기를 중계하고 다른 곳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를 방영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모든 방송에서 월드컵 경기를 동시에 중계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편을 선호하십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 간 다툼이 치열합니다. 시청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일지 전문가들에게 들어봤습니다.》

[찬]방송사들 자율에 맡길 필요
보편적 시청권 보장된다면 당국 개입 필요없어


6월 중순이면 전 세계적 체육 행사인 남아공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매우 먼 거리에 있어 온 국민이 현장에 갈 수는 없으므로 지상파 TV를 통한 생중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월드컵 혹은 올림픽처럼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체육경기는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이라는 원칙을 마련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방송사를 규제하고 있다.

국제적인 체육경기의 경우 중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는 매우 복잡하고 특히 주최 측에 지불해야 하는 중계료도 막대하다. 만일 국내 방송사가 중계권을 따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한다면 중계료가 올라가 국부의 손실이 늘어나고 또한 중계를 위한 준비에서도 중복이 발생하므로 가능하면 공동 중계를 통해 비용을 절약하면서 충실한 중계방송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인기 있는 부분을 중계함으로써 얻는 금전적 혹은 무형적 대가가 크고 인기가 없는 부분은 그렇지 않아 개별 방송사는 가능하면 인기 있는 부분만을 얻으려 애쓸 유인이 크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 팀이 본선에 진출했는가가 중계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행사 주최 측은 인기가 없는 부분에 대한 중계료를 받기 어려우므로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이전에 중계권을 판매하는데, 이 상황에서 중계권을 따는 방송사는 커다란 위험을 부담하는 셈이다. 어떤 방송사가 중계권 판매 단계에서는 공동중계에 대한 참여를 하지 않다가 후에 우리 팀 본선 진출이 확정되어 인기 있는 행사임이 결정된 이후에 참여를 한다면 이는 무임승차가 된다.

따라서 국민이 많이 관심을 가질 행사에 있어서는 이런 무임승차의 가능성을 감안하여 공동중계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드컵의 경우 방송사는 우리나라 팀의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 이전에 공동중계에 참여할지를 확실히 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왕에 독점적인 중계권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공동중계가 바람직하므로 지금부터라도 강제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공동중계를 강제한다면 무임승차 행위를 부추기는 셈이 된다. 이번 사례의 해결 방식은 공동중계의 준비단계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안했던 방송사에 대한 처리의 선례를 만드는 셈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독점적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이라는 원칙을 지킬 수 없다면 소외되는 시청자에게도 생중계가 가능하도록 다른 방송사에 중계권을 배분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반대로 보편적 시청권이 충족된다면 규제 당국의 개입은 필요치 않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중계권 배분 문제는 방송사간의 자율적 협상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중계권을 확보하고 중계를 준비했던 방송사가 이미 지출한 실제 비용과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반]중계-해설 수준 낮아질 우려
막대한 중계권료 부담에 수익높이려 편법 동원할수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중계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SBS에서 사실상 단독중계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KBS와 MBC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방송 3사가 공동중계 협상에 나서도록 권고했다. SBS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도 단독 중계할 경우 국내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SBS 처지에서 보면 단독중계가 매력적일 수 있다. 어렵게 중계권을 확보했고 겨울올림픽 단독중계를 통해 자신감을 확보한 면도 있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선전만 해준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계권료, 방송법의 기본정신,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 서비스의 수준 측면에서 볼 때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무모한 도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계권료 문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방송 3사가 지불한 중계권료는 2500만 달러였다. SBS의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료는 65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런 식이라면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2002년 월드컵 중계권을 사들였던 독일의 키르히미디어그룹과 스위스의 ISL이 결국 파산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방송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을 중계하는 사업자는 90% 이상의 가구에 관련 프로그램을 전송해야 한다. SBS 단독으로는 절대 90%에 이를 수 없다. 물론 지역민방과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포함할 경우 가능하다. SBS는 겨울올림픽 때 케이블TV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올림픽중계 동시 재전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SBS의 주장대로라면 월드컵을 케이블TV에서 중계하는 일은 저작권 침해다. 케이블TV에서 재전송하지 않을 경우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불법이다.

이 밖에도 특정 방송사가 월드컵을 단독 중계할 경우, 미국에서 지난 베이징 올림픽을 독점 중계한 NBC처럼 수익극대화를 위해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 구성과 해설의 수준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시청자만 큰 피해를 본다. 동시에 월드컵 단독 중계는 국내 지상파 방송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간방송 KBS의 경우 민영방송인 SBS처럼 중계권 확보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초적으로 불공정 경쟁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단독중계를 하면 지난 월드컵 때와 같은 방송사 간 중복편성은 없어질 것이다. 방송3사가 동시에 월드컵경기를 중계할 경우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 독일 월드컵 이후 방송 3사는 풀을 구성하여 주요 경기를 ‘순차편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SBS다. 국익을 위해,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월드컵과 같은 전 국민의 관심사는 공공서비스 방송을 중심으로 공동중계하는 것이 순리다. 창사 20주년을 앞둔 SBS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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